[쿠키뉴스] 김희란 기자 =서울 한강공원 등 일부 ‘인기 지역’이 폐쇄됐음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통제 외 장소를 찾아 외출하고 있다.
10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공원, 이른바 ‘연트럴파크’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해가 지지 않아 아직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친구, 연인과 가까이 붙어 산책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무색할 정도였다. 연트럴파크 내 산책로는 다수 인원이 지나기 비좁았다. 오가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연트럴파크의 벤치와 잔디에는 사람들의 접근이 통제됐다. 벤치에는 ‘앉지 마시오’라는 표시가 붙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앉지 말라는 경고에 따랐다. 벤치 앞에 서서 얘기하거나 실내로 이동했다. 그러나 일부는 경고에도 불구, 벤치에 앉아 계도요원의 지적을 받았다.
해가 지자 연트럴파크를 찾는 사람은 더 늘었다. 벤치와 숲길 계단에서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걸어다니며 커피나 맥주 등을 마시는 이들도 흔했다. 손에 음료를 든 사람 중 마스크를 제대로 쓴 이는 거의 없었다.
서울시 소속 계도요원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를 위해 나온 이들은 수시로 산책로를 돌며 야외 취식 등을 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했다. 계도 요원의 지적에도 일부는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앉아 음주를 즐겼다.일각에서는 연트럴파크가 붐비는 것을 한강 출입통제에 따른 ‘풍선효과’라고 봤다. 지난 8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여의도, 뚝섬, 반포 등에 위치한 주요 한강공원 내 밀집지역에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한강공원을 부분 폐쇄했다. 한강공원 내 매점 28곳과 카페 7곳, 주차장 43개도 오후 9시 이후부터 이용할 수 없다.
한강공원 출입을 통제한 것은 거리두기 2.5단계 실행 후 많은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 30일부터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행되면서 모든 음식점, 술집 등에서는 오후 9시 이후 매장 내 취식 불가, 배달 및 포장만 가능하다. 실내에서 모임을 갖지 못하게 되자 답답한 마음에 시민들은 야외로 나왔다. 특히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곳은 한강공원이었다. 실내에서 모임을 갖지 못하게 되자 많은 가족들, 연인들이 야외로 나와 산책, 음주 등을 즐겼다.
거리두기 2.5단계 후 풍선효과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자 한강으로, 한강이 문을 닫자 연트럴 파크 등 새로운 장소를 찾아 또다시 이동했다.
야외는 실내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더 안전할까. 전문가는 “일부 동의”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야외는 밀폐되지 않은 공간이니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다”면서 “조깅 등의 야외활동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다.
다만 야외라고 해서 감염 위험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가까이서 음식 섭취를 하거나 음주를 하면 그 과정에서 전파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관련 자료들을 보면 식사할 때가 감염에 가장 취약하다”면서 “술집이 아니더라도 야외에서 취식·음주를 하는 것은 실내와 똑같은 위험성을 갖는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모두 제어할 수는 없다”면서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락다운(Lockdown)에 준하는 거리두기 3단계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2.5단계에서도 답답함에 풍선효과가 나타나는데 3단계로 격상되면 시민들은 더는 견디지 못할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나는 걸려도 괜찮아’라는 생각이 아닌 공동체 의식을 갖고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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