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응급환자가 수용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다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자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상급병원 과밀화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중증외상환자라면 최소한 중환자실과 응급외상 수술팀이 갖춰져야 응급실로 받을 수 있다”며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병원의 배후 진료능력 부족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자원이 그 시간과 장소에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의료진을 희생양 삼아 공분을 돌린다고 예방 가능한 응급·외상환자 사망률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선의로 행한 응급의료조차 치료 결과가 나쁠 경우 민·형사 소송을 감내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송 문의 거절에 대한 언론 재판과 실제 법적 처벌까지 가시화될 때 응급의료진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응급의료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선정적인 보도들은 환자와 의사 관계를 악화시켜 국민 불안감을 자극하고 불필요한 법적 소송 증가, 부담감으로 인한 응급의료 현장 의료진의 이탈 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응급의사회는 중증응급환자가 더 많은 치료 기회를 갖기 위해 △상급병원 과밀화 해결 △경증환자 119 이송 및 응급실 이용 자제 △취약지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비정상적인 응급실 이용행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응급의사회는 “이송 문의에 대한 수용 결정은 현장 의료진이 병원 역량과 상황을 고려한 복합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경증 환자 119 이송 금지와 상급병원 경증환자 이용 금지 특별법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30일 경기도 용인에서 후진하던 차량에 치인 70대 남성이 수술이 가능한 병원 중환자실을 찾다가 2시간여 만에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구급대원들은 신고 접수 10분 만에 남성을 구조해 인근 대형병원 3곳에 이송 여부를 문의했지만 중환자 병상 부족으로 수용 불가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대구에서도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소녀를 구하기 위해 119구급대가 신고 4분 만에 도착했지만, 응급실을 찾지 못하고 2시간 넘는 시간을 길에서 흘려보낸 바 있다. 소녀는 결국 사망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소녀의 수용을 거부한 의료기관 4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보조금 일시 지급 중단 등의 처분을 내렸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