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고령화로 인해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의 입소가 늘면서 대표적인 전염성 피부질환인 옴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옴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선제적인 예방·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의사회는 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21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옴의 선제적 예방과 치료 및 퇴치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옴은 감염성 피부질환으로 심한 가려움증과 붉은 발진, 각질 등이 동반되는 기생충 감염질환이다. 주로 옴진드기에 감염된 사람과 피부 접촉을 통해 감염되며, 옷이나 침구류 등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옴 발생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날 정기헌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옴은 1980년대까지 흔한 질환이었다가 1990년대 들어 주거·생활 환경이 개선되면서 발생률이 0.1~0.2%로 많이 줄었지만, 2000대 말부터 다시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라며 “현재 우리나라 전역에서 옴 환자는 매년 4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고 특히 집단발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발생 증가 원인으로는 노인 인구와 요양시설 증가, 옴에 대한 교육·인식 부족 등을 꼽았다. 정 교수는 “특히 요양병원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고, 단체생활을 통해 환자들 간 밀접접촉이 이뤄지며, 혈압기나 침구 등 같은 물품을 공유하기 때문에 옴이 번식하고 전파되기 좋은 환경”이라며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경우 피부감각이 저하돼 있고, 의사표현이 어려워 가려운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옴 치료는 크로타미톤 크림이나 퍼메트린 크림 등 연고제로 치료할 수 있으며, 옴에 감염된 환자와 접촉을 피하고 환자의 의복과 침구를 60도 이상의 물에 세탁해 사용하면 예방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옴은 바르는 약제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목에서 발끝까지 전신에 약을 바르고 다음날 아침에 씻어내면 된다”며 “감염성 질환의 특성상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동거인은 같이 치료하는 것을 권하고, 1차 치료 이후 부화된 유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7일 후 2차 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옴은 감염률이 높기 때문에 한 번 방치하면 광범위하게 전파될 수 있어 선제적인 예방·치료가 중요하지만, 비특이적인 증상이 많아 오진이나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양원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옴은 최적의 치료가 시행되지 않으면 질환 특성상 악화되거나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집단생활시설에서의 발병 위험요소를 줄이고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조기 발견과 관리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로 21회째를 맞은 ‘피부건강의 날’은 피부건강의 중요성과 피부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피부과학회에서 매년 진행하고 있는 행사다.
올해는 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집단시설의 옴 감염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해 피부과학회, 질병관리청, 국내 제약사 등이 ‘옴 퇴치 국민 건강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전국 208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전담 피부과 전문의를 지정해 방문 진료나 비대면 상담을 이어가고, 정보교육 플랫폼과 학술연구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수행 중이다.
김유찬 피부과학회장은 많은 피부질환 중 사업 대상 질환으로 옴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옴은 가장 가벼운 피부 질환 중 하나로 취약계층이나 집단생활시설을 이용하는 노인들에게서 쉽게 전염되고,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큰 고통을 주는 질환”이라며 “대부분의 피부 질환은 아무리 노력해도 발생을 막기가 어렵지만, 옴은 모두가 노력하면 발생을 현저히 줄여 퇴치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옴이 사라질 때까지 이 사업을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사업을 통해 국민들이 옴 감염에 대한 걱정을 덜고 예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