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3차 ‘채상병특검법’ 발의로 인한 정쟁 위기에도 구하라법과 간호법 등 민생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두 달간 정쟁만 일삼던 국회가 민생법안에 합의한 것은 22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하지만 여야가 3차 채상병특검법을 두고 격돌하면 합의한 민생법안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8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쟁점이 없는 민생법안인 구하라법과 간호법을 8월 임시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이번 달 본회의에서 쟁점이 없는 민생법안은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구하라법과 간호법은 국민의힘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여야 합의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법개정안(구하라법)’은 자녀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법이다. 지난 20대 국회부터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주도해왔다. 간호법은 PA(진료보조) 간호사를 법적으로 인정해 의료행위의 범위를 지정하는 법이다. 이를 통해 의료공백을 완화할 수 있게 된다.
민생법안 두 건이 합의돼 순조로운 출발이 이뤄졌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견을 좁혀야 하거나 추가로 논의할 법안이 남아있어서다. 특히 3차 채상병특검법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수사대상으로 명시되면서 여야 관계 악화 우려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전세사기특별법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관리 특별법, K칩스법, 폭염기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 등은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25만원법)’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또 민주당이 3차 ‘채상병특검법’의 발의하면서 정국이 얼어붙을 우려도 있다. 3차 채상병특검법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수사대상으로 올라갔다. 도이치모터스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을 특검에 추가했기 때문이다.
‘여·야·정 협의체’ 구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국민의힘은 협의체 구성 과정에서 이견이 있어 더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민주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환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전문가는 민생법안 합의 중 3차 채상병특검법이 발의돼 정국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당의 대결구도가 격화되면 민생법안 협의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쟁법안이 발의되면 민생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 정국이 얼어붙어 논의가 멈춘 것은 흔한 일”이라며 “민주당은 민생법안 처리 전 특검법을 너무 빨리 발의했고 국민의힘은 채상병특검법을 협의하려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3차 채상병특검법을 전략적으로 발의했다. 거세게 압박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라며 “국민의힘 반대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