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취업에 성공한 김준성씨(27세·가명)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아슬아슬하면서도 감칠 맛 나는 사내연애의 즐거움에 한창 빠져있었다. 그러다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는데 언제부터인가 양쪽 손바닥에 붉은 반점이 생겨난 것. 반점 부위는 점차 간지럽기까지 하여 무의식중에 긁고 나면 하얀 각질이 일어났고, 급기야 오른쪽 손가락 마디마디에는 자잘한 수포가 생겨나 이를 우연히 본 동생이 ‘에이리언’이라고 놀려대는 사태에 이르렀다.
흔히 주부습진이나 무좀으로 오인하기 쉬운 한포진은 손이나 발에 수포(물집)와 가려움, 각화증과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재발성 습진을 말한다.
난치성 피부질환만을 치료하는 고운결한의원 이종우 원장은 한포진이 악화될 경우 여러 신체부위에 확산될 수는 있지만 타인에게는 절대 전염되는 질환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원장은 “한포진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감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면역력교란에 의해 취약해진 피부가 자극을 받거나 세균에 감염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면역체계를 정상화시키면 재발없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포진은 치료와 완치가 힘든 난치성 질환인데다가 전염성이라는 오해까지 받아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많다. 빠른 효과를 보겠다고 스테로이드 연고 등을 과용하는 것도 금물이다. 부신피질 호르몬제의 일종인 스테로이드는 일시적인 증상완화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 오히려 스테로이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다가 중단할 경우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한포진이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개개인의 면역체계 가동시스템이 다르듯 그 면역체계가 흐트러진 이유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각각의 경우에 맞는 1대1 맞춤 치료가 필수적이다.
증세가 심해질 경우 각질이 딱딱하게 갈라지고 진물이 나면서 손톱 발톱이 변형되기도 하는데 다행히 준성씨의 경우 초기에 발견해 치료가 쉽게 진행될 것이라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