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가수의 CD를 사서 듣는다는 것은 애정이 없으면 힘든 일입니다. 팬이라도 그렇죠. 온라인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인 지금은 더 합니다. 국민가수 이선희(50)의 CD에는 훌륭한 그의 목소리 말고도 특별한 것이 들어있다 하네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도는 사진이 있습니다. 1985년 발매된 이선희의 1집과 2집, 전곡이 담겨있는 앨범을 찍은 사진입니다. 이선희의 앳된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J에게’ ‘아 옛날이여’가 포함돼 있습니다. 명곡이죠. 재킷 사진 뒤쪽을 보면 놀랄만한 것들이 적혀 있습니다. 그의 출생연월일, 주민등록번호, 본적, 현주소입니다. 이선희를 소개하기 위해 적은 듯하지만 수위가 높습니다. 중요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입니다. 놀라움과 함께 걱정이 밀려오네요.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습니다.
이선희 팬들 사이에서는 ‘앨범 안에 적혀 있는 주민등록번호가 진짜다, 아니다’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과 관리가 이토록 허술했다는 점입니다.
네티즌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세상에” “한 두 장 팔린 게 아니었을텐데” “인터넷도 없을 때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듯” “시대 차이겠죠. 하지만 무섭네요” “주민등록번호 가지고 뭔가 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죠” “애초에 주민등록번호가 뭐 대단하다고 각종 중요 행위의 요구조건으로 삼는 것인지. 그 자체가 문제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때 인터넷에서는 한 초등학교 졸업앨범이 화제였습니다. 졸업사진 밑에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가 같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티즌들을 경악했죠. 게시물을 모자이크 해 올렸던 작성자는 “교장 선생님이 주소는 바뀌어도 주민등록번호는 안 바뀐다고 이렇게 만들었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지난 6일 ‘카드3사 정보유출 사태’ 피해자들이 지방자치단체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 패소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달라” 요청했지만 법원은 “개별적인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인정할 경우 주민등록번호의 개인 식별기능이 약화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절했습니다.
계속되는 정보유출 사건들과 사실상 전무한 후속 대책에 국민들의 우려는 늘어갑니다. 이선희 앨범 사진을 보고 네티즌들의 간담이 서늘했던 건 괜한 게 아니겠죠.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