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차 긁은 리어카 할머니’ 자작극이 ‘중죄’인 진짜 이유

[친절한 쿡기자] ‘차 긁은 리어카 할머니’ 자작극이 ‘중죄’인 진짜 이유

기사승인 2015-07-09 16:25:55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SNS의 힘.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죠. 어떤 이는 SNS로 25년 동안 떨어져 살던 가족을 만나고, SNS로 인해 절도범이 검거되기도 합니다. SNS의 이런 파급력을 ‘악용’하는 사람도 등장합니다. 이 거대한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려 한 대가는 생각지도 않은 채 말이죠.

최근 많은 네티즌이 열광했던 SNS 게시물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 사진은 일명 ‘차 긁은 리어카 할머니’로 불리며 여러 매체에 보도됐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사연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한 할머니가 리어카를 끌고 가다 주차된 차를 긁었고, 놀란 할머니는 서툰 글씨로 메모를 남겼습니다.

“리어카로 차를 긁었습니다. 전화기가 없어서 전화해 주세요”

차주로 보이는 작성자는 SNS에 사진을 게재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적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수리비가 얼마 나올까 얼마나 초조해 하실까. 휴대전화도 없어서 집 전화번호 남겨뒀네요. 지금은 너무 늦어서 전화 못 하겠고 내일 하려니 내일까지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으실까? 봐 드리는 건 봐 드리는데 걱정하고 있을 생각 하니 내 마음이 더 초조하고 복잡하네”

본인의 차보다 할머니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걸 보니 천사가 따로 없네요.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지 15분 정도 지나서 할머니에게 전화를 드렸고 보험처리 하면 되니 걱정 말라며 할머니를 다독였다고 합니다. 차를 아무 곳에나 주차한 자신의 잘못도 있다고 정 미안하면 자신의 가게로 매일 와 깡통과 상자를 가져가 달란 말도 덧붙여서요.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대단한 아량이다” “차주가 운영하는 가게를 알아내 매상을 올려주고 싶다”는 등의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얼마 지나지 않아 뒤집혔습니다.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차 긁은 리어카 할머니의 진실’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따뜻한 마음씨의 차주는 메신저 단체 채팅 창 안에서 ‘이제 다들 손님 받을 준비해라’ ‘손님 터질 것’이라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미담이 ‘자작극’으로 변질되는 순간이었죠. 논란이 커지자 차주는 자작극임을 인정하고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차주가 한 건 ‘거짓 미담’을 지어내 사람들에게 알린 것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생각보다 큽니다.

그는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고 믿고 싶었던 네티즌의 바람을 배신했고, 그의 선행에 격려를 남긴 사람들은 농락을 당한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겁니다.

무엇보다 속상한 건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진짜 미담’을 볼 때도 의심부터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지른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까요? 잘못이 더 커질까 봐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을까요? 자작극은 곧 잊히겠지만 후환을 두려워하고 있을 차주를 생각하니 제 마음이 더 초조하고 복잡해지네요. 그가 있지도 않은 할머니를 걱정한 것처럼 말이죠.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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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미 기자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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