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교육감 "현행 초등교과서는 '강남 사교육' 교과서"

이석문 교육감 "현행 초등교과서는 '강남 사교육' 교과서"

기사승인 2016-07-05 22:02:22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석문 제주교육감이 기존의 교육시스템으로는 학생들에게 창의, 융합을 가르칠 수 없게 됐다며 근대 행정우위 교육제도를 교육중심의 문화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00세 시대에 맞춰 학생들이 시대가 바뀌어도 새로운 것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적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5일 오후 제주시 제주2동 남광초등학교에서 ‘취임 2주년 경청투어’ 학부모들 간담회를 가졌다. 

제주교육청 관계자와 제주시교육지원청, 남광초등학교 관계자, 학부모회 등 50여명이 모인 이번 간담회에서 이석문 교육감은 현행 초등교과서를 ‘강남 사교육 교과서’라고 규정했다. 

이 교육감은 “현행 초등학교 교과서가 너무 어렵게 만들어져 ‘질문’과 ‘소통’이 있는 교육을 하기가 힘들다”며 “지난 2015년 교육과정에서 교과서 내용의 20%를 덜어냈지만 더 덜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육감은 교육을 “교실에서 교사와 아이들이 눈을 마주치치면서 일어나는 변화”라고 규정하면서 “좋은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은 교사들이 정답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질문하게 하고 그 속에서 답을 찾아가도록 하는 ‘소통’과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남광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이 교육감에게 ▲교기(校技) 활성화 ▲영어 학습 프로그램‘들엄시민’ 확대 ▲자유학기제 ▲학교 도서관 활용방안 ▲금연구역 확대 등을 건의했다. 

남광초 학부모회장은 “학교 도서관의 활용이 점점 없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사서(司書) 교사를 배치해 방과후 아이들이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부모회 운영위원은 “교기가 활성화되려면 선수발굴이 중요한데 초등학생들이다보니 학부모들이 (운동부) 선택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 지원에 따라 선수 역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센티브 부여 등 교육청 차원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수 학생만 선수로 육성하는 '엘리트 체육'에서 탈피해야"..생활체육이 '대안'

이 교육감은 사서의 필요성에 대해 “새롭게 인력을 채용하기보다는 고학년을 대상으로 사서 자원봉사를 모집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라며 “학교도서관 활용 방안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교기 활성화에 대해선 생활체육 교육이 보편적인 일본을 예로 들며, 소수의 학생만을 선수로 육성하는 우리나라의 ‘엘리트 체육’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체육에 뛰어난 학생은 대회를 앞두고 집중훈련하고 대회가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면서 “교기로 소수의 아이들에 집중하기보다 가능한한 많은 아이들을 운동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이석문 교육감의 공약 중 하나였던 ‘들엄시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들엄시민’이 가진 교육방식의 폐쇄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학원을 보조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시간을 조정하는 등 ‘들엄시민’의 기회를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들엄시민’은 가정에서 일정 시간동안 부모와 아이가 영어 영화를 자막없이 보며 원음을 듣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법이다. 참여 학부모들은 학교별로 동아리를 구성하고 각 동아리별 텐토 2명이 매달 멘토링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교육감은 ‘들엄시민’이 학부모들의 자발적 동아리임을 강조하면서 “학원과 가정에서 영어교육을 하고 싶은 학생‧학부모는 그렇게 하면 된다. ‘들엄시민’ 자체를 폐쇄적이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 시간을 아침으로 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교사의 역할과 부모의 역할에는 차이가 있고 수업시간을 어떻게 진행할지는 결국 교사의 역할”이라고 못 박으면서 “들엄시민은 일정부분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발적 모임이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답했다. 


◆ "자유학기제, 우리나라 교육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사건"

중간‧기말고사 대신 토론‧실습 수업, 직장 체험활동 등 진로교육을 받는 제도인 ‘자유학기제’를 우리나라 교육에서의 가장 혁명적인 사건으로 평가한 이 교육감은 “보수나 진보를 떠나 기존의 교육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교육계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지금까지의 평가가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서열을 매긴 것이라면 이제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평가가 된 셈”이라며 “‘남보다 나은 나’에서 ‘어제보다 나은 나’로 교육이 바뀌고 그런 가운데 진로체험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교육감은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에 이어 우리 아이들도 시대적 과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알파고의 등장으로 도래한 기계와 인간의 구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체력인 만큼, 신체활동을 많이 시키는 교육정책을 우선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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