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SK그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대통령 뇌물죄 성립에 중요한 키가 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그룹 총수와 독대 시 면세점 신청과 관련한 자료를 준비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어 뇌물죄 성립 요건인 대가성이 있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할 때 시내면세점 허가 내용을 담은 '대통령 말씀자료‘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말씀자료에 시내 면세점 특허제도 개선 방안이 포함되고 독대 직후에 최 회장과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의 통화가 이뤄졌으며 2일 후에는 김낙회 당시 관세청장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통화를 했다. 이후 4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공고가 났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SK와 롯데 본사는 압수수색을 당했고 관세청과 관세청 직속기관인 기획재정부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 등 면세점 사업이 전방위로 검찰의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 면세점 추가 공고가 SK그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후원한 것에 대한 대가성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작 SK그룹 측에서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대가성에 대해) 면세점하고는 별 상관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최순실이 사실상 소유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금액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SK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금액은 111억원으로 재계순위가 비슷한 LG(78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낸 것도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 K스포츠재단은 여타 기업이 아니라 롯데와 SK 등 일부 기업에 각각 75억원과 80억원의 추가 출연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요청이 면세점 특허를 위한 대가성 성격이었는지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에 있다.
이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업의 효과성과 실현 가능성, 브랜드가치 제고 등을 면밀히 검토했으나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고 지원요청 등이 이상해 추가 출연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면세점 사업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면서 SK 등 대가성 관련 기업들에 대한 심사를 당장 중단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과 무소속 의원 61명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3차 면세점 즉시 중단'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면세점 기업에 대해 검찰과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면세점 심사가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에 시내면세점 사업 추진 중단을 요청하는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 경실련은 "면세점에 관한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심사는 멈춰야 한다"며 "뇌물에 대한 대가성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사업이므로 당장 멈추고 특검과 국정조사 등을 통해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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