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모르고 먹으면 약’이라는 말이 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 오래된 음식도 먼지 툭툭 털어내고 드시던 어른들이 하시던 조금은 서글픈 말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과거에 비해 수많은 먹을거리들이 생겼고 그만큼 먹어서는 안 되는, 혹은 제대로 알고 먹어야 하는 음식들이 많아졌다. ‘아는 것이 약’이라는 말에 조금 더 가까워진 시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달 4일부터 GMO 표시제 시행에 들어간다. 유전자변형 DNA 단백질표기방안을 개선하고 기존 원재료 성분함량을 5순위까지만 표기했던 것도 전체로 확대된다. 표시글자도 12포인트로 커지고 소비자를 현혹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GMO와 관련 없는 제품에 ‘Non-GMO’ 표시도 금지된다.
소비자단체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Non-GMO 표시에 대한 수입산과 국내산 식품의 차별이다. 수입산 GMO농산물은 비의도적 혼입치가 3% 이내일 경우 Non-GMO 표시를 할 수 있다. 비의도적 혼입치란 바람 등에 날려 GMO 작물이 의도하지 않게 다른 곡물의 섞였을 때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다만 유럽 기준은 0.9% 이내로 우리나라에 비해 절반 이상 낮다. 반대로 국내 농산물은 GMO가 전혀 검출되지 않아야 해당 표시가 가능하다.
건강기능식품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형제와 안정제, 희석제 등은 아예 GMO 표시에서 면제됐다. GMO 옥수수나 콩 전분 등이 건강기능식품의 90%가 넘게 섞여있어도 부형제라면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식용류, 물엿, 간장류는 GMO 식품으로 만들어진다. 가격이 저렴하고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나 시민단체들이 GMO 완전표시를 요구할 때마다 식품업체들은 항상 Non-GMO 식품을 가공해 제품을 만들면 단가가 올라 소비자에게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불성설이다. ‘유전자변형’이라는 말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며 안정성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알고 먹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이미 우리는 십 수 년 간 GMO 식품을 먹어왔다. 눈가리개를 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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