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이 우여곡절 끝에 4년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2020년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그레이트 CJ' 계획을 넘어서 2030년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을 거머쥐겠다는 '월드베스트 CJ' 구상과 함께다.
이 회장이 오랜만에 업무 복귀한 만큼 CJ그룹은 그동안 멈추었던 경영 시계를 돌려 국내외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이재현 회장, 환한 얼굴로 인사…건강한 모습 보여
이 회장은 17일 CJ 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가해 인사말을 하고 식수 행사를 하며 공식석상에 4년만에 처음으로 얼굴을 비췄다.
이날 개관한 CJ블로썸파크는 식품, 소재, 바이오, 생물자원 등 CJ제일제당 각 사업부문의 연구개발 역량을 모은 국내 최초·최대 식품·바이오 융·복합 연구개발(R&D) 연구소다. 미래로 향한 신규사업을 품은 전진기지가 되는 곳으로 내부적으로 매우 중대한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CJ주식회사 이채욱 대표이사 부회장, CJ제일제당 김철하 대표이사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와 국내외 전임원, 통합연구소 직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연한 회색 더블버튼 재킷 양복을 입은 이 회장은 행사 동안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지만 곧 일어서서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기념 식수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사르코 마리-투스 유전병으로 앙상하게 말랐던 것과 비교하면 건강이 상당히 호전된 것이다.
이 회장은 4년전 비자금 조성으로 인한 배임과 횡령,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으며 경영 일선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이후 상고를 거듭하다 근육이 소실되는 유전병인 사르코 마리-투스(CMT) 병세 악화를 이유로 상고를 포기했다. 건강을 이유로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가 지난해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이 회장의 자녀인 이경후 CJ 미국지역본부 상무대우와 이선호 CJ주식회사 부장도 참석하는 등 오너 가족도 함께했다.
이 회장은 이날 “여러분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건강을 많이 회복하여, 오늘 4년만에 여러분 앞에 섰다. 정말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2010년 제2도약 선언 이후 획기적으로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그룹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였고, 글로벌사업도 부진했다.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경영 복귀와 '월드베스트 CJ'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저는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며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 이를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월드베스트(World Best) CJ 달성은 우리 CJ가 반드시 이뤄야 할 시대적 소명이자 책무이며,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진정한 사업보국의 길이 될 것”이라며 “우리 함께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CJ, 국민들이 자랑으로 생각하는 CJ, 전세계인들이 인정하는 CJ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2020년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는 Great CJ 달성을 넘어 2030년에는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World Best CJ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CJ그룹은 올해 5조원을 비롯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문화컨텐츠 등의 분야에 M&A를 포함,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에서도 키울 만한 회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M&A를 시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 관계자는 "CJ그룹의 변화가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며 "이날 CJ 그룹에 있어 블로썸파크의 개관은 문화강국을 넘어 기술강국을 향해 가겠다는 CJ의 염원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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