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심유철 기자]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이하 월성 1호기)가 정기점검을 하던 중 가동이 중단됐다. 노후원전 사고로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이 가속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3시20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제25차 정기점검을 준비하던 중, 원자로냉각재펌프 2대의 작동이 멈추면서 자동으로 운행이 정지됐다.
월성 1호기 원자로냉각재펌프는 총 4대다. 원자로를 가동하는 데 2대는 발전소 전원(소내전원)으로, 나머지 2대는 외부(소외전원)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원자로 정기점검 중에는 소내전원을 공급받을 수 없어서 소내전원을 소외 전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수원 측은 이날 “월성 1호기 계획예방정비를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며 “이번 원자로 정지로 인한 방사선 누출은 없으며 원자로도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월성 1호기는 지난 2012년 12월 설계수명 30년이 다했으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10년 연장을 허가하며 지난 2015년 2월 재가동에 들어갔다. 이에 환경단체, 인근 주민 등 시민 2167명이 월성 1호기 재가동 무효 행정소송을 제기해 내달 5일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해당 사고와 관련, 문 대통령의 '단계적 원전 중심 발전 폐기' 공약에 대한 원안위의 정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9일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 2분과 위원장은 “원전과 관련,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안전성”이라며 “원안위가 (문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어떤 스탠스(자세)를 가져갈 것인지 빠른 시일 내에 분명한 방향을 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신규 원전 전면중단 및 건설 계획 백지화,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월성 1호기 폐쇄 등 ‘탈원전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한수원 측은 문 대통령의 공약에 발맞춰 지난 25일 이달 착공 예정이었던 신한울 3·4호기 종합설계 용역을 중단했다. 또 지난 18일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월성 1호기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전이다. 지역 주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월성 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면서 “노후 원전 폐쇄를 포함해 신규 원전 추가 건설 중단까지 고려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문재인 정부가 원전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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