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올라가면 실제 시장에서의 수요도 늘어날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로서는 ‘NO’다.
가계의 실질적인 잉여비용이 0에 수렴하는데다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면서 ‘쓰고 싶지만 쓸 돈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계속되는 유통업계 규제로 가계자금의 흐름이 상당부분 막힌 상태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인한 기대감과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으로 올 초부터 소비자 심리는 계속 상승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94.1이었던 소비심리지수는 지난 7월 111.2를 기록했다. 이후 북핵 위협 등으로 하락했지만 1.3P 수준으로 미미한 정도다.
그러나 소비심리지수가 실제 시장에서의 수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실 수요를 이끌어야할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2만6000원이다. 이 중 교육비와 식료품비, 교통비, 주거비 등이 포함된 소비지출은 269만원, 이외 경상조세, 비경상조세, 연금 등으로 구성된 비소비지출은 81만원이다.
총 가계지출은 350만원으로 평균소득에서 이를 제하면 평균 잉여액은 73만원 수준에 그친다. 현재 가구가 짊어진 1400조원대의 가계신용을 감안해 단순계산하면 가구당 월 이자로만 33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여기에 개인경조사비, 사교육비, 기타 비용을 더하면 사실상 잉여금액은 제로에 가깝다.
여기에 소비자물가까지 오르며 가계 짐은 더 무거워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6% 상승하며 5년 4개월만에 최고 상승폭을 갱신했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5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3.7%를 기록했다.
소비심리는 풀렸지만 실 소비에 사용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유통업계 규제는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돈을 쓸 수 있는 곳마저 제한되는 셈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됐거나 혹은 검토·계류 중인 안건은 30여개에 이른다.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의 월 2회 휴업 의무화를 비롯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월 2회에서 4회로 확대, 대규모 점포 개설 허가제, 중형 규모 점포 출점 제한 등이 주요 내용이다.
물론 법적 문제가 있거나 관례라는 이름으로 방치됐던 부분, 혹은 갑질 등에 대한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무조건적인 규제’는 상책이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은 소비와 판매가 건전하게 일어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는 비정상적인 유통생태계를 만들 뿐이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