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부위원장이 최근 최운열 의원실이 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한 ‘미래경제포럼-4차 산업혁명 시대, 생산적 금융과 일자리 창출’에서 금융규제 및 감독 혁신을 통해 일자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혁신기업에 자금이 공금될 수 있도록 생산적 금융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전문] 모든 것이 초연결되고 초지능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금융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도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금융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금융산업의 과제
여러분 1, 2, 3차 산업혁명이 무엇이었는지는 그 결과를 통해 나중에 정의되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파급효과도 모두 파악하고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과거의 기술혁신이 우리 금융산업에 미친 영향을 보면, 저는 4차 산업혁명과 금융산업의 관계를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금융산업의 외연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현대 금융산업의 발전은 언제나 IT 기술 혁명과 그 궤를 같이해 왔습니다.
예전에는 은행 창구에 직접 찾아가야만 계좌 개설이나 이체가 가능했었고, 수작업으로 증권 거래를 처리했었습니다.
지금은 시중은행의 금융거래 중 90%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전체 주식거래량에서 모바일트레이딩의 비중도 30%(코스닥 기준)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P2P, 가상통화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거래 플랫폼들은 발달하는 IT 기술이 기존 금융산업의 경계선을 흔들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이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사물인터넷과 같은 더 큰 IT 기술 혁명이 우리 금융산업의 변화를 주도하는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소비자에게는 금융거래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한편, 금융회사의 생산성 증대, 비용 절감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다른 측면으로는 IT 기술 혁명이 인간을 대체하여 금융산업 일자리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금융산업 종사자 중 컴퓨터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비율이 78.9%에 달합니다.
실제로 최근 2년 사이에 시중은행의 경우 200개가 넘는 점포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러한 4차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기술혁명과 일자리가 공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금융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 절실하게 될 것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금융의 핵심적 역할은 선별기능(screening)을 통해 한정된 자금이 꼭 필요한 곳에 흘러가게 하는 것입니다.
금융이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공급하면 이를 마중물 삼아 혁신적 기업이 등장하게 됩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아이디어로만 존재하던 드론, 3D 프린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금융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여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신속하게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기의 시대적 과제입니다.
또한 자금이나 인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혁신적 금융서비스 업체에게 현행 금융규제나 감독이 걸림돌이 되어 기술발전이 저해되고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당면 과제에 대한 정책 대응방향
금융위원회는 앞서 말씀드린 4차 산업혁명 시대 금융산업이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규제·감독 혁신’과 ‘생산적 금융’이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금융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1. 금융규제·감독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
우리보다 앞서나가고 있는 해외 선진시장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촉매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을 활용하여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금융회사나 핀테크업체 등 민간부문의 역할이기는 합니다만, 그 기반 기술이 국민의 삶 속에서 실현되고, 민간부문에서 활발한 창업과 새로운 일자리창출로 이어지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저희 금융위원회도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반기술이 보다 원활하게 혁신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 과제들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국회의원님들의 지원으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이 발의되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혁신적 금융서비스의 경우 시범인가를 받아 각종 금융규제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됩니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原油)’로 불립니다.
그간 데이터는 촘촘한 규제와 금융권의 보신적 관행 때문에 일부 업권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및 정보보호 종합방안’을 마련하였습니다.
동 방안에는 빅데이터를 분석·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였습니다.
본인 신용정보관리업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담았습니다.
대표적인 금융분야 데이터 산업인 신용정보산업에 대한 진입규제를 완화하여,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을 유도하고 일자리창출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며칠 전 발표한 ‘핀테크 혁신 활성화방안’에 따라 모바일 간편결제, 블록체인 인증 등과 같은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 출시를 위한 제도와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핀테크지원센터 기능을 확대 개편하여 상담 위주에서 교육·투자·해외진출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2019년까지 정책금융 2조원을 지원하는 등 핀테크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한편 이와 같은 다양한 경쟁촉진 방안과 함께, 규제·감독 측면에서의 중장기적인 고민도 필요합니다.
페드로 도밍고스 교수는 ‘마스터 알고리즘’에서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인간이 해석하지 못할 위험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만들어낸 포트폴리오를 인간이 설명할 수 없다면 누가 고객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지, 기존의 법규 체계와 사법 절차를 통해 가능한 것인지, 제도적 측면에서 지금부터 준비해나가야 할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적 측면에서는 임점검사, 인적제재의 중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알고리즘의 적절성과 온라인 거래에서의 투자자보호 문제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2. 생산적 금융을 통한 혁신성장 촉진
저희 금융위 전직원들은 ‘축적의 길’로 유명한 서울대학교 이정동 교수님을 모셔 특강을 들었습니다.
이정동 교수는 ‘축적의 길’에서 중국 정부는 참아주는 금융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혁신기업이 도전적 시행착오의 경험을 오래도록 축적할 수 있도록 금융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다려준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인내심 있는 금융(patient capital)’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물론 중국 자금중개 기능은 대부분 국책은행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 인내심 있는 금융이 보다 손쉬울 것입니다.
저희 금융위원회는 금융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들의 자금이 혁신기업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자본시장 혁신, 혁신기업 자금지원체계 강화, 금융업 자본규제 개편 등 금융시스템 전반의 패러다임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먼저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자본시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자본시장을 혁신하겠습니다.
더 많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위해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균형있게 반영한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를 출시하였고, 코스닥 벤처펀드에는 세제 인센티브도 제공하도록 하였습니다.
둘째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체계를 강화하겠습니다.
우선 재정·정책금융과 민간자금 매칭으로 조성된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통해 혁신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중점 지원하겠습니다.
아울러 신・기보 등의 보증을 20조원 규모의 대출자금 공급과 연계하는 ‘보증·대출프로그램 연계운영 방안’을 마련하여 혁신기업의 M&A, 사업재편, 설비투자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충분히 공급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기 발표한 ‘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방안’에 따라 4.2일부터 공공기관의 연대보증을 과감히 폐지하여 두려움 없는 창업을 촉진하는 한편, 담보자산이 부족한 혁신창업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동산금융 활성화방안’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금융업 자본규제 개편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자금이 가계대출이 아닌 혁신적 기업으로 유도되도록 금융회사의 유인체계를 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쳐 오면서 산업혁명의 주기는 빠른 속도로 단축되고 있습니다.
증기기관이 초래한 1차 산업혁명에서 전기가 일으킨 2차 산업혁명까지는 100여년의 시간이 걸렸고, 컴퓨터가 촉발한 3차 산업혁명까지는 7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오늘날의 지능정보기술이 이끌어가는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는 불과 40여년이 걸렸습니다.
이러한 산업 전환의 격동기에 직면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신속하게 대응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정부도 정책대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제도기반을 마련하고 기술혁명의 산물을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결국 국회와 민간 금융회사의 몫입니다.
오늘 참석하신 많은 전문가분들의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입법과정 등에서 지속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