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롯데월드 공연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사고에서 제대로 된 대처가 없었다고 비판하고, 그간의 롯데월드의 법 위반과 인사노무 관리 방안에 대해 지적했다.
정의당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롯데월드 어드벤처 엔터테인먼트 팀 소속 공연 알바노동자 A씨(캐릭터 캐스트)가 공연 도중 열사병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폭염 속에서 두꺼운 옷을 껴입고 인형탈을 쓴 캐스트 알바 노동자들은 두통과 어지러움, 가슴통증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정의당 측은 설명했다. 회사 측이 제공한 아이스조끼는 공연 인원 수보다 적게 지급됐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달 24일 퍼레이드 공연을 마치고 대기실로 이동하는 중 바닥에 쓰러졌고, 현장감독은 병원이 아닌 의무실로 데려가라고 지시했다. 의무실 간호사는 열사병이 의심되니 당분간 공연을 하면 안 되고 병원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A씨의 다음날 스케줄 캐스트에 A씨의 이름은 그대로 들어가 있었고 A씨는 3시간 뒤 침대에 누워 있다가 조퇴했다.
A씨는 다음날인 25일에도 퍼레이드 공연 도중에 쓰러졌고, 급기야 구토 증세와 의식이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러 119 구급차를 불렀다. 119 구급차를 부르는 데만 45분이 소요됐다. 병원에서 A씨는 열사병으로 판명났다.
A씨는 "회사는 알바노동자가 쓰러진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봐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대기실에 눕혀 놓은 채 쉬쉬했다"며" 공연할 인원이 안 나와서 스케줄이 나오지 않으면 배역을 빼야 하는데 사람을 쓰러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롯데월드 캐스트 근로계약서, 서약서, 윤리경영 실천서약서 등을 입수해 검토한 결과 스케줄표에 표기된 자필 출퇴근 기록과 실제 출퇴근 기록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통상 공연 시작 15분 전에 먼저 출근해 공연 준비를 해야 했고, 하루 공연 일정이 종료된 이후에도 뒷정리 등으로 15~20분 이상 더 소요되었지만 노동시간에서 누락됐다는 것이다.
출퇴근 기록 방식은 6년전 지문인식에서 자필로 바뀌었는데, 지문인식 방식이었을 때는 1분을 늦을 경우 5분으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깎았다고 정의당 측은 밝혔다.
노동시간도 캐스트 알바노동자 근로계약서에 9시~18시(휴게시간 12시반~1시반)로 되어 있으나 알바노동자 인원이 부족해 실제 출퇴근 시간은 전날 밤 20시나 21시 정도에 카카오톡 공지 스케줄표를 보아야만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에 따르면 롯데월드는 캐스트 알바노동자의 근로계약기간도 3~4개월씩 쪼개가며 갱신했고, 24개월이 되기 전인 23개월에 이르면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갱신을 하지 않았다. 캐스트 알바노동자들은 연차휴가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고 공연시간과 연습시간, 휴게시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휴게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알바노동자들은 염색금지, 지정된 색상의 스타킹 및 구두만 착용하는 등 외모에 대한 규제를 구체적으로 실은 ‘서약서’에도 사인해야 했다. 또 '윤리경영실천서'에는 ‘본인은 서비스맨으로서 항상 손님의 의견이 옳다는 사고로 손님을 존중하는 앞장서겠습니다’라는 항목에 사인해야 해 고객에게 욕설 등 폭언을 듣거나 특정 신체 부위가 동영상 촬영되더라도 제지하기 어려웠다고 정의당은 밝혔다.
정의당 강은미 부대표는 “지난해 롯데시네마,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이어 유사한 방식으로 법 위반이 반복된 것은 롯데그룹의 후진적인 노동인권 의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회사 측은 청년 알바노동자들에 대해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롯데그룹 알바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