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우리 눈 속에는 120만 개의 신경 섬유로 이뤄진 시신경이 있습니다.
망막이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쉽게 말해 눈과 뇌를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이 시신경이 손상을 입으면 어떻게 될까요?
손상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각 정보를 확보하는 데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심한 경우 앞이 보이지 않는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죠.
이 같은 질환을 우리는 녹내장이라고 부릅니다.
눈 속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과는 구분됩니다.
녹내장은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과 함께 국내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원상태로 회복시킬 수 없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녹내장은 상태가 심하게 악화될 때까지 느껴지는 증상도 거의 없다고 하는데요.
내 눈의 상태를 사전에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리포트>
올해 쉰네 살인 김기영(가명)씨는 녹내장이 어떤 질환인지 몰랐습니다.
더구나 자신이 녹내장에 걸렸다는 사실은 병원 진단을 통해 뒤늦게 알았습니다.
김기영(가명) 54세 / 녹내장 환자
“눈을 보니까 약간 흐릿한 기운이 느껴져서 뭔가 눈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개념으로는 나이도 있고 하니 백내장 같은 걸로 알고 있다가 녹내장인 줄 모르고 안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더니 안압이 높다고 했어요. 백내장이 아니고 녹내장기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평소 시각이 떨어지는 것도 느끼지 못했고,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함이 없어 인지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 씨의 왼쪽 눈은 이미 반실명 상태.
약물치료를 받아도 소용이 없어 결국 수술을 받았습니다.
김 씨가 받은 수술은 안압, 즉 눈 내부에 존재하는 일정한 압력을 떨어뜨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녹내장은 한마디로 시신경과 안압의 대결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안압은 가장 대표적인 원인 제공자입니다.
안구 내 압력이 올라가면 눈 뒤에 붙어있는 시신경이 압박을 받게 되거나 손상을 입는 것이죠.
시신경이 손상을 입는 상황을 환자 본인이 알기 어려운 이유는 양쪽 눈이 서로 보완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성경림 교수 / 서울아산병원 안과
“녹내장은 대부분 양쪽 눈에 생기는데, 진행 속도가 달라요. 대부분 환자들은 한 쪽이 먼저 진행하고 반대쪽이 따라가거든요. 그러면 나빠지는 동안에 생기는 시야결손을 천천히 나빠지는 다른 눈이 보완을 해줘요. 예를 들어 우안이 먼저 나빠지기 시작했다면 좌안이 우안의 안 보이는 부분을 커버하는 거죠. 어차피 보는 건 양안으로 보잖아요.”
(안압이 높은 사람이 따로 있는 건가요?)
“안압 높은 분들은 체질적으로 있으세요. 안압이 높다고 반드시 녹내장이 되는 건 아니고 녹내장이 되는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 건데, 혈압도 사람마다 고혈압 있는 분들, 저혈압 있는 분들이 있잖아요. 안압도 안압이 높은 분들이 계세요. 다른 2차적 원인으로 안압이 올라갈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스테로이드 같은 걸 많이 썼다든가, 눈 안에 염증이 있다든가, 출혈이 생겼다든가 이런 안구질환으로도 안압이 올라갈 수 있고….”
그렇다면 우리 일상생활에서 안압이 높아지는 경우, 어떤 게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눈 주변이 눌리면 안압은 올라갑니다.
그간의 관련 연구 결과들을 돌이켜보면 수영하면서 끼게 되는 물안경, 오토바이나 스키를 탈 때 사용하는 고글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넥타이를 너무 졸라매도 얼굴 쪽으로 가는 혈관들이 압박을 받으면서 안압이 상승할 수 있다고 하네요.
더불어 관악기 연주, 벤치 프레스 운동, 물구나무 서기, 얼굴을 앞으로 숙이는 요가 자세 등도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같은 기구나 활동을 자제시키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분명 존재합니다.
<스튜디오>
시신경은 보통 바깥쪽부터 천천히 훼손된다고 합니다.
갑자기 확 나빠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시야가 좁아지다 보니 녹내장이란 사실을 모른 채 눈 상태에 또 적응을 하며 생활하게 되는 것이죠.
앞서 전문의가 말했듯 상대적으로 덜 나빠진 눈이 보완작용도 하니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뒤늦게 발견한 녹내장으로 인해 시신경은 이미 많이 망가져 있을 수 있고, 실명 직전에 다다라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안압을 떨어뜨리는 녹내장 치료에서는 일차적으로 안압하강제라는 안약을 사용합니다.
먹는 약도 있지만, 이는 전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만 처방합니다.
수술 역시 안압을 낮추기 위한 건데요.
우리 눈 안에는 물이 순환합니다.
이 물을 방수라고 하는데요.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각막 등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방수가 지나는 길이 막히면 안압이 급격히 오르는데요.
수술을 통해 방수 일부를 빼내거나 방수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다시 열어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안압은 시신경 손상, 녹내장의 주된 원인이 맞습니다.
약물치료, 수술적 치료 모두 안압을 떨어뜨리는 게 주목적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안압이 높지 않더라도 녹내장이 걸리는 사례가 있습니다.
<리포트>
바로 시신경 자체가 약한 경우인데요.
이를 두고 정상안압녹내장이라고 합니다.
안압은 정상 범위에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신경이 약해 더 손상되기 쉬운 상태에 놓인 겁니다.
성경림 교수 / 서울아산병원 안과
“안압보다 시신경이 상대적으로 약한 분들은 남들의 평균치에도 스트레스, 압박을 받는 거죠. 시신경이 고도근시나 여러 가지 이유로 선천적으로 조금 약하신 분들은 평균치 안압에 의해서도 많이 나빠지는데, 우리나라의 녹내장은 대부분 정상안압성녹내장이예요. 그래서 생각하기에는 우리가 서구에 있는 눈들보다 약하지 않나 이렇게 보는 의견들도 많이 있는데, 빈도는 전체 녹내장의 70~80% 정도의 환자들이 정상안압성녹내장, 평균안압성녹내장으로 분류되거든요. 환자분들이 내가 안압이 평균인데 왜 안압하강제로 치료를 해야 되느냐 그런 말씀도 많이 하시는데, 그건 상대적으로 내 눈이 평균 안압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안압을 더 낮춰주는 게 치료의 원칙이라고 보시면 돼요.”
안압이 평균치에 속한다고 해도 시신경이 버텨내질 못한다면 안압을 더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시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약물이나 치료는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의미를 둡니다.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혈압 같으면 다이어트나 운동을 통해 낮춰볼 수 있겠지만, 안압은 환자의 노력에 의해 조절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62만 7천여 명이던 녹내장 환자 수는 2017년 87만 3천여 명으로 5년 간 약 40%나 증가했는데요.
이처럼 발병 빈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안과 연구팀은 녹내장 환자가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뇌졸중 발생 위험이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스튜디오>
녹내장 중에서도 빈도가 정상안압녹내장의 경우 실명 비율이 5% 정도라고 합니다.
비율이 낮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시신경이 안압을 견디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 만큼 검사가 필요합니다.
전문의들은 40대 이상이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다면 1년에 한 번씩은 안과 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했습니다.
녹내장에 대응하는 최상의 방법은 빨리 발견해서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겁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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