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쿠키뉴스] 소인섭 기자 = 전주비전대학교에 다니는 응웬바무어이(27)씨. 기계과 마지막 학기를 남긴 이 학생은 베트남 하이퐁에 거주하는 부모로부터 최근 입국독려 전화에 시달렸다.
한국말이 유창한 응웬바무어이 씨는 "부모님이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떨어져 나갈 때 까지 베트남에 들어와 있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그러나 "다른 지역(대구 등)과 달리 전주에서는 환자가 몇 명 발생하지 않아 안전하기 때문에 남겠다"고 안심시켰다. 기계과인 그는 관련 자격증 시험을 대비해야 하고 학교를 마치고 싶기 때문이다.
알고 지내는 인도네시아 유학생도 학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응웬바무어이 씨 말고도 전북지역으로 유학 온 친구들 가운데는 그런 부모 설득에 베트남으로 돌아간 학생은 여럿이다.
중국 유학생이 들어오면 감염될 것을 우려한 얼마전 까지 상황과는 달리 방학중 본국에 있는 유학생들은 학교에 "우리 들어가면 여기 있는 것 보다 더 위험하지 않아요?"란 질문을 퍼붓는다.
이처럼 유학이나 연수생이 들어오지 않으려 하거나 '유턴'하는 상황이 대학가에서 심심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비전대 관계자는 "유학생 부모에 이끌려 들어가겠다는 학생이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3개월, 6개월, 1년과정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비전대는 최근 몽골 학생들이 3주 교육중 모두 귀국해 버리는 상황을 맞았다. 학교 관계자는 "5월에 입국해 어학연수를 한 뒤 본과에 진학할 예정인 학생 가운데 절반은 포기했고 연수중이던 학생도 나갔다"고 말했다. 몽골학생들에 대해 비전대는 3주간 매일 건강체크를 하는 등 철저한 관리를 했지만 전주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하자 학부모들은 밤새 조기귀국을 요청했고 그 다음날 학생들은 출국했다.
비전대는 최근 미얀마와 캄보디아 학생을 픽업해 기숙사에서 보호하고 있는 등 오히려 '외국학생 보호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지만 유학생들이 부모 입장을 꺾지 못해 이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연수 후 진학 등 로드맵을 감안할 때 6개월 정도 공백이 생긴다고 하소연했다. 외국인학생 유치 활동이 물거품됐다는 것이다.
비전대는 유학생 190명 중 70여 명이 입국(재학생 출국자와 신입생 포함)해야 하는데, 60여 명이 들어와 있다.
전북대와 원광대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유학생이 1천80명이 전북대는 다시 들어가겠다는 학생은 아직 없다. 지난달부터 입국한 학생은 현재 390명으로 기숙사에 120명, 자율격리 85명이며 나머지 185명은 관리대상에서 벗어났다. 아직 들어 오지 않은 유학생은 374명이다. 한국에서 출국하지 않은 유학생은 316명이다.
전북대 관계자는 "본국으로 가겠다고 해도 학교에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알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그런 학생은 없다"고 말했다.
전북대의 경우 기숙사 입사는 권고사항이어서 원룸 자가격리 희망자도 있다. 이런 학생에게는 생활용품과 함께 체온계를 지급해 하루 두 차례 측정 후 결과를 보고토록 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 440명을 포함해 외국인이 모두 690명인 원광대도 아직 유턴현상은 없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상황이 나빠지면 나올지도 모른다"고 유턴을 우려했다.
isso200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