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에도 국내 제약사 영업직원의 과반은 매일 ‘개근’을 하고 있다. 국내사가 감염병의 위험에도 아랑곳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제약산업연구회가 84개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조사한 결과, 60개 국내사 가운데 33곳의 기업에서 외근직 영업사원들이 평상시와 같이 정상 출근을 하고 있었다. 반면 외국계 제약사는 조사 대상 10개 기업에서 모두 영업사원들의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었다.
국내사와 외자사 사이에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국내사 관계자는 ‘분위기의 차이’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중견 제약사로 알려진 A사 관계자는 “산업마다 특성과 분위기가 다른데, 제약은 안정적이면서도 보수적인 업계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외자사보다 국내사가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과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듯 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로 인해 대부분의 국내사들은 위기 대응 방식으로 근무 형태나 업무에 변동을 주는 것보다는, 평소 체계대로 움직이며 항상성을 유지하는 선택을 하는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사와 외자사가 판매하는 의약품들의 품목에 차이가 있어, 재택근무 가능 여부가 갈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 중견 제약사 B사 관계자는 “외자사의 주력 품목을 보면 오리지널 의약품이 대부분이며, 영업 대상도 상급 종합병원에 국한된다”며 “코로나19로 상급 종합병원들은 현재 제약사 영업사원을 비롯한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자사 영업사원들은 정상출근을 강행한다고 해도 볼 수 있는 업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국내사의 경우 대다수 기업이 제네릭 의약품에 주력하고 있고, 영업 대상도 병·의원 모두로, 폭이 넓다”며 “특히 일반의약품(OTC)을 다루는 국내사들은 약국까지 영업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제약사 영업사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다면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영업사원은 업무 특성상 매일 수십곳의 약국과 병·의원 등 요양기관을 출입하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방문한 요양기관은 소독 작업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폐쇄로 운영 손실이 불가피하다.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의료진과 직원, 입원·외래환자 등 많은 인원이 격리조치돼 감염 여부 검사를 받게 되기도 한다. 또한 요양기관 폐쇄로 인근 요양기관에 환자 방문이 증가하면서 업무 피로도가 상승한다는 문제도 있다.
한편, 국내에서 제약사 영업사원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파악된 사례는 없다. 다만, 27일 용인에 위치한 동아ST연구소에 근무하는 직원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국내사 직원 가운데 처음으로 확진자가 확인된 사례로 알려져, 사내 감염 확산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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