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첫날인 24일 오후 8시 반. 서울시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대창집을 운영하는 40대 점주 김모씨는 벌써 마감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20평 남짓한 매장은 텅 비어 있었고, 겨우 한 테이블에만 빈 술병과 식기가 놓여 있었다. 김씨는 “평소 같으면 꽉 찰 시간인데, 장사를 마쳐야 하니 씁쓸하다”며 소독제로 테이블을 닦는데 열중했다.
영업시간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김씨는 어떻게 적자를 매울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월 550만원의 임대료부터 인건비, 전기‧가스비, 식재료까지. 마스크 뒤 김씨의 깊은 한숨이 들려온다. 그는 “말이 9시까지 영업이지 사실상 8시 이후부터는 손님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라면서 “매출의 70% 이상을 포기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틀 전부터 아르바이트생의 근무 시간을 격일로 바꾸는 등 자구책 마련을 고민 중이다.
이날 홍대입구와 합정, 종각 등 서울 주요 거리의 불빛은 오후 8시부터 희미해지더니 밤 10시를 전후로 완전히 어둑해졌다. 거리두기 2단계 방역 지침에 따라 식당과 주점 등 일반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부터 포장과 배달영업만 가능하다. 9시가 가까워오자 홍대입구에서는 이른 술자리를 마치고 역과 택시로 향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북적였다.
밤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합정역 인근의 한 주점에서는 남은 음식을 포장해달라는 손님의 요청이 들려왔다. 영업을 마친다는 점원의 설명에 자리를 파하기로 한 것이다. 점원 박모씨는 “앞서 거리두기 2단계를 할 당시엔 ‘손님을 내쫓는다’며 화를 내는 취객들도 있었다”면서 “금방 가겠다며 일부러 시간을 끄는 손님도 상당했다”라고 회상했다.
이날 매출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씨는 “어제는 30만원까지 매출이 있었는데, 오늘은 방금 손님을 포함해 2만원에 불과하다”며 매출전표를 내밀었다. 보통 밤 9시부터 12시 사이가 가장 매출이 뛰는 시간인데, 이날부터 이를 고스란히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날 점원은 그 혼자 뿐 이었다. 홀로 홀과 주방을 모두 책임지고 있었다. 새벽 4시까지 배달영업을 위해 남아있다곤 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배달알림은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밤 10시가 가까워 오는 시각. 종각역 인근 보신각에는 달빛만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평소라면 직장인들의 회식 소리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밤이 깊어질수록 더 빛을 발하던 곳이다. 바로 옆 젊음의 거리도 적막감이 감돌았다. 배달영업을 위한 음식점 몇몇 곳만 문을 열고 있었다. 이따금씩 오토바이의 요란한 소음만 귓가에 울렸다.
한 한식당을 찾아 들어가자 식사는 안 된다는 점주 A씨의 설명이 들려왔다. 그는 매장의 절반만 불을 켜둔 채 TV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배달이라도 될까 있었는데, 주문도 없어 문을 닫으려던 참”이라고 했다. 종각역은 회사들이 밀집한 직장인 상권이다. 그러나 이들이 최근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이곳 상인들의 시름도 늘었다. A씨는 “낮에도 밤에도 장사가 안 되는 상태”라며 고개를 저었다. 25평 남짓한 이 가게의 한달 임대료는 1000만원이다.
인근의 한 마라탕 가게에도 점원 B씨가 배달 주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9시 영업제한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B씨는 “식사를 하기도 술을 팔기도 애매한 시간”이라면서도 “이왕 할 거면 중국처럼 강력히 통제해 빨리 확산을 잡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달 초만 해도 손님들이 꽤 있었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최근 귀화했다는 그는 매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확인하며 가슴을 졸인다고 했다. 평소 사람으로 북적였다는 창밖 거리엔 차가운 달빛만이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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