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코로나19에도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하나” 공공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된 광화문 신문로에서 15일 만난 한 영세상인은 이같이 말했다.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장사를 해오던 그는 재개발 소식에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보였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이날 집값 안정을 목적으로 서울 도심 내 주택공급을 위한 공공재개발 구역 8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지역은 동작구 흑석2, 영등포구 양평13·14, 동대문구 용두1-6·신설1, 관악구 봉천13, 종로구 신문로2-12, 강북구 강북5 등이다.
선정된 지역들은 사업성 부족, 주민 간 갈등 등으로 정비구역 지정 이후 사업이 평균 10년 이상 정체되었던 곳들이다. 정부는 용적률 완화, 사업비 융자,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각종 공적지원을 통해 올해 안으로 정비구역 지정을 마치는 등 재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발표 직후 찾아간 광화문 신문로2-12 일대는 1248㎡ 규모로, 8곳 중 가장 작은 재개발 구역이다. 대로변에 6층 정도의 작은 빌딩 뒤로 의류점과 호프, 해장국집, 커피숍 등 5~6곳의 작은 점포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대다수 점포는 종업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재개발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다 이 곳에서 호프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만날 수 있었다. 그도 “그런 이야기 처음 들었다”며, 공공재개발 구역 선정에 대해 전혀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뒤늦게 뉴스를 검색하고 재개발 소식을 인지한 상인은 “27년간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해왔다”면서 “코로나19로 장사가 어려워 지자 그만둘까도 고민했었다. 차라리 그때 장사를 그만 둘 걸 그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가 세입자들의 경우 재개발이 진행되면 점포를 비워줘야 한다. 상가 세입자들이 오랜 기간 장사해온 터를 비워주고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4개월분의 영업보상금과 시설 이전과 이전 개업에 필요한 비용 일부에 불과하다. 권리금은 보상에서 제외되며, 영업보상금은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한숨을 내쉰 상인은 그러면서도 옆 점포 걱정을 했다. 그는 “옆 가게는 이제 막 오픈을 위해 실내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있다”며 오히려 다른 점포를 걱정했다. 실제 옆 점포는 공공재개발 발표 당일에도 햄버거 가게 오픈을 위해 인부들이 한창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공공재개발 구역 상가 세입자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위해 이번에는 양평역으로 이동했다. 양평역 인근에는 2만2441㎡ 면적의 양평13구역과 1만1082㎡ 면적의 양평14구역이 나란히 붙어있다. 이곳도 길을 따라 커피숍과 순대국집 등 작은 점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서 작은 밥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새로운 곳에서 다시 처음부터 장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단골들 다 여기있는데 70 넘게 먹은 노인이 이제 어디가서 다시 장사를 시작하겠냐”라며 “여기가 이제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나가라는 건 이제 장사 그만하라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상인은 영업보상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커피숍을 운영하던 상인은 “이곳에서 장사가 잘 되던 곳도 코로나19가 오면서 매출이 급감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수익을 가지고 평가한 영업보상금은 있으나 마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떠나라면 떠나야지 일개 상인이 뭐라고 할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재개발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영업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대체영업지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LH관계자는 “공공재개발 사업이 포함된 지난해 5·6 대책을 보면 영세상인의 영업 지원을 위해 사업지 인근에 공공임대상가 등 대체 영업지를 조성하는 내용이 있다”며 “대책에 따라 재개발로 터전을 떠나야 하는 소상공인들이 대체 상가에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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