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히 먹고 먼 길 잘 다녀와” 고니환송식

“든든히 먹고 먼 길 잘 다녀와” 고니환송식

"고니야 ~ 건강히 잘 다녀오렴" 성대한 환송식

기사승인 2022-02-27 00:38:46

- 귀향(歸鄕) 앞둔 진객 고니 위해 넉넉한 먹이 제공
- 하남시민 90여명 참석해 고니와 작별 인사
- 무사히 고향가서 올 겨울에 다시 만나길
- 고니들 3월 중순 안에 대부분 떠나
- 플로깅 통해 당정섬 일대 청소도 

큰고니 가족이 팔당대교를 넘어 선회비행하며 하남 당정섬 앞 먹이터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얼핏 보아도 250여 마리에 이르는 고니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2월 강추위가 다소 풀린 26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산곡천 하류 당정섬 인근에 9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다. 매년 겨울 하남을 찾아오는 겨울 진객에게 고마운 마음과 올 겨울 다시 만나자는 간절한 바램을 담아 북쪽 번식지로 떠나는 고니의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전달하기 위한 행사가 열린 것이다. 시민들은 새들이 먹기 좋게 고구마를 채를 썰어 박스에 가득 담고 밀을 부대자루에 담아 고니환송회를 준비했다.
김혜나(23· 대학생) 씨는 “어릴 때는 엄마 아빠 따라서 여기서 새를 봤는데 지금은 훨씬 개체수가 늘어 어림잡아도 200여 마리를 한꺼번에 볼 수 있게 되었다”면서 “여기 하남에서 4개월 동안 잘 먹고 잘 쉬고 다시 번식지로 돌아갔다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을 말했다.

행사는 하남시 푸른교육공동체와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이 공동 주최하고, 농협하남시지부, 하남 미사강변종합사회복지관이 후원하여 진행되었다.
고니들이 고구마와 밀을 맛있게 먹고 있다.


이날 고니환송회에는 김상호 하남시장과 최종윤 국회의원,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 푸른교육공동체 회원들과 고니학교 수강생, 일반 시민 등 90여 명이 참여했다. 행사는 먼저 유니온타워에서 당정뜰 버드나무길을 따라 고니학교 탐조대까지 철새 모니터링과 플로깅으로 시작되었다.
서정화(59) 하남푸른교육공동체 전 대표가 고니환송식 행사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호 하남시장(사진 우측에서 첫번째)과 최종윤 국회의원(우측에서 두번째)을 참석자들이 하남시환경교육센터 허정임 행정실장으로부터 먹이주기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행사를 주관한 서정화(59) 하남푸른교육공동체 전 대표는 “오늘이 고니학교의 마지막 날이다. 지난 4개월간 우리 하남에서 월동한 고니들이 이제 번식지인 중국과 몽골, 멀리는 시베리아까지 떠나 그곳에서 새끼들을 키워 11월경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될 것이다. 이동거리가 짧게는 3,000km에서 길게는 8,000km에 이르는 대장정”이라며“지난1994년 26마리의 고니가 관측되었는데 지난해 말 하남 당정섬 겨울철새 동시 센서스 조사 결과 52종 4,548마리의 조류를 확인했다.


특히 올해 팔당대교 주변의 큰고니가 최대 646마리까지 확인되었다. 하남시에서 환경을 잘 가꾸어 이들을 보살펴 더 많은 겨울 철새들이 우리 고장에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고니환송식의 의미를 밝혔다.


 26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산곡천 하류 어도를 따라 줄지어선 하남시민들이 큰고니에게 공급할 고구마와 밀을 옮기고 있다. 멀리 물가의 흰 점들이 큰고니 무리이다.  

 

이어서 서정화 대표는 “하남시 당정섬 인근은 검단산이 북풍을 막아주고 팔당댐에서 발전을 하면서 방류를 해서 강이 얼지 않아 먹이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등 월동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다 갖추었다. 이곳의 고니들은 팔당댐 하류 암반으로 된 한강바닥에서 서식하는 민물담치, 다슬기 등을 주로 먹는다. 일반적으로 수초나 개흙(뻘) 바닥에서 풀뿌리를 먹는 고니들과 달리 이곳에 사는 큰고니들은 영양이 풍부하고, 맑은 물에서 살아 외모도 아주 깔끔하다.”면서 하남시에서 겨울을 보내는 큰고니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김상호 하남시장과 최종윤 국회의원, 한성용 농협하남지부장, 고니학교 학생인 초등학생과 일반시민 등 32단체 90여 명은 산곡천 하류의 어도를 따라 길게 늘어서서 철새들에게 준비한 먹이를 손에서 손으로 전달했다. 참가자들은 고니 가족의 힘찬 울음소리와 멋진 날개짓을 바라보며 자연과 생태, 환경보전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하루가 되었다.
먹이를 기다리는 큰고니 무리

하남시환경교육센터 허정임(52·하남시)행정실장은 “하남에 살기 시작한 2003년부터 아이들과 함께 철새를 보면서 생태 감수성을 키워왔다”면서 “고니들이 하남을 찾아오는 것이 고맙고, 하남의 깨끗한 환경이 잘 유지되어 고니들이 계속 찾아 왔으면 좋겠다. 큰 날개를 펼쳐 멋지게 날아가는 고니가족을 바라보면서 나도 그들과 함께 비상하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서 대표가 어린이들에게 핸드폰으로 고니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당정뜰 철새 탐조대에서 초망원렌즈로 큰고니를 촬영하고 있던 한장수(하남· 70)씨는 “지난 10월부터 거의 매일 하루에 3~4시간 씩 새를 보고 있다”며 “집 가까이 이렇게 훌륭한 자연생태 보고가 있어 건강관리도 하고 작품 활동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작은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탐조프로그램을 통해 고니학교에 온 김태훈 (미사초등학교 2) 어린이는 “친구들과 함께 고니에게 고구마 먹이를 주게 되어 기뻤다”며 “특히 새끼들이 많이 먹고 고향에 잘 가고 잘 자라서 올 겨울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먼 길 떠나는 큰고니들의 영양보충을 위해 이날 공급된 먹이는 고구마 400kg와 밀 100kg 등 500kg이다. 이날 제공된 고구마는 사전에 후원사에서 제공한 고구마를 큰고니들이 먹기 좋게 하남시 30여 단체에서 각자 채로 썰어와 직접 먹이터에 공급했다.
먹이주기를 마친 참석자들이 멀리서 손을 흔들며 고니들을 환송하고 있다.

고니들은 지금부터 무리지어 떠나기 시작해 3월 중순 전 대부분 번식지로 북상한다.
하남=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서명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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