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주식 거래 내역 미제출로 고발 당할 위기에 처했다. 취임 5개월 만이다. 국회 제출 기한은 오는 28일 오후 6시까지다. 질병청은 국회에서 요청한 자료 제출 여부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질병청 측은 24일 쿠키뉴스에 “국회 요청 자료 제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청장 외부 일정 등으로 내부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국회 요청 자료에 대해서는 “5년간 주식 거래 내역 일체”라며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국회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밤을 넘겨 지난 21일 새벽까지 진행된 종합감사에서 자료 제출할 시간을 일주일 더 주고 다시 제출을 거부하면 백 청장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일부터 21일까지 이어진 국감에서 백 청장에 감염병 관련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주식거래 내역을 제출해달라는 야당 의원 요청이 빗발쳤다. 백 청장은 “최선을 다하겠다”,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모호한 답변만 할 뿐 끝내 제출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민간인 시절 거래 내역이라는 이유에서다.
불똥은 복지부와 질병청 전체에도 튀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쯤 되면 질병청장이 아니라 ‘주식관리청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버티면 된다고 버틸 문제가 아니다. 국민 신뢰 문제다. 질병청 전체, 복지부 전체 공무원에 대한 전반적 조사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본인 스스로가 결자해지할 각오로 정면 돌파하라”고 촉구했다.
보다 못한 여당에서도 나섰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백 청장에게 “자료를 제출하라. 뭐가 그리 떳떳하지 않나”며 답답하다는 취지로 언급했지만 끝내 백 청장 대답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앞서 백 청장은 지난 8월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로 SK바이오사이언스 30주, SK바이오팜 25주, 신테카바이오 3332주 등 바이오주 다수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백 청장은 직무와 관련된 제약 바이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6월 말에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팔았고 나머지도 지난 8월31일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후 인사혁신처는 백 청장의 배우자가 소유했던 주식 2개 종목이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22일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는 백 청장 배우자가 보유한 100여개 종목 주식 가운데 엑세스바이오와 SK에 대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엑세스바이오는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진단시약을 개발·생산하는 업체다. SK는 뇌전증 치료제 등을 개발·판매하는 제약사 SK바이오팜의 모기업이다. 심사위는 “질병청이 수행하는 업무와 연관성이 있으며, (질병청장) 직무를 통해 해당 기업 정보에 접근하거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백 청장이 취임 이후에도 주식을 다수 보유했던 한 바이오 회사가 복지부와 과학정보통신기술부 400억원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며 이해충돌 논란은 재점화됐다. 백 청장이 지난 2016년 4월에 취득한 비상장 기업 신테카바이오 주식은 1000만원에서 매각 당시 3300만원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테카바이오는 복지부와 과기정통부 주관으로 진행된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참여했다. 백 청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코로나19, 백신 관련 민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것을 고려할 때 내부정보 활용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 청장이 기한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복지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고발여부를 의결하게 된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 증감법) 제4조의2에 따르면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받은 국가기관이 이를 거부할 때는 본회의 또는 해당 위원회의 의결로 주무부 장관에 대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여 해명하도록 하거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또 국회 증감법 제 15조에 따르면 위원회에서 고발한 경우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날로부터 2개월 이내 수사를 종결해야 하며 검찰총장은 지체 없이 그 처분결과를 국회에 서면으로 보고해야 한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