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은 서로에게 흠집을 내는 ‘네거티브 공방전’을 펼쳤다.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은 2일 오후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위한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 참석했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안철수 후보는 자신을 “수도권 3선 의원”이라고 소개하며 “저만큼 전국 총선 지휘 경험, 수도권 선거 승리 경험을 모두 갖춘 사람은 당내에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며칠 간 있던 일을 보시라. ‘정순신 사태’가 터지자 청년층이 격렬히 반발했다. 민주당이 이런 ‘조국 사태’로 무너졌다”며 “누가 이런 추천으로 대통령께 부담을 드렸는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후보의 이름도 직접 거론했다. 안 후보는 “제가 걱정했던 대로 (김기현 후보의 의혹은) 도시개발을 이유로 이권을 챙겼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사건과 판박이라는 의혹이 계속해서 쏟아진다”며 “만약 이런 일이 사전에 알려졌다면 정의를 중시하는 대통령께서 아예 후보로 생각조차 안하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친윤, 비윤 등 계파를 나누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친윤과 비윤의 싸움이 아니라 혁신이냐, 기득권이냐의 싸움이 돼야 한다”며 “여러분께서 정확히 판단하시려면 결선투표의 일대일 토론을 주목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김 후보와 안 후보의 결선투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의 ‘땅투기 의혹’ 논란이 거세지면서 안 후보가 결선투표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진다.
해당 발언을 하는 동안 행사장 뒤편에서는 김기현 후보의 지지자들이 “가짜뉴스 안철수”라고 부르짖기도 했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황교안 후보는 “우리가 여기 모인 건 나라와 당,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라며 “김기현 후보 땅 투기 의혹 관련 리스크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65%였다.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답이 이미 나왔다”고 질타했다.
황 후보는 천하람 후보에 대한 공세도 펼쳤다. 그는 “천 후보는 지난 합동연설회에서 ‘북한이 바다에 미사일을 쏘면 강원도 접경지역에 사는 국민이 불안에 떨며 밤을 새워야 한다’고 말했다”며 “저는 경악했다. 그럼 북한이 공격하는데도 우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 때처럼 손발 묶고 구경만 하라는 소린가”라고 반발했다.
세 번째로 김기현 후보가 등장했다. 김 후보는 “이재명 대표가 구치소가 아니라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에 대해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 대표를 저격했다.
그는 “3년 전 우리는 국회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 총선 참패의 원인이 누군지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이라며 “그 당시 당대표가 누구였나. 그런 실패한 지도자가 내년 총선에 앞장서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황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 후보는 자신이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 김기현이 그동안 당을 위해 헌신해왔던 곳을 최우선으로 (공천을) 할 것”이라며 “분열의 정치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천 후보는 “수도권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지도부가 제때 판단조차 내리지 못해 수많은 사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우리는 이렇게 져 왔다. 이 ‘필패방정식’을 반복할 것이냐”고 질문했다.
천 후보는 “김기현 후보는 윤핵관표 공천하느라 파동을 일으킬 것, 안 후보는 우유부단하고 황 후보는 부정선거 집회에 동원령 내릴 것”이라며 그들을 지지할 것이느냐고 참석자들에게 반문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서로에게 흠집 내는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양상이 과열됐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당내 관계자 또한 “아무리 당심이 중요하다고 해도 결국 민심도 얻어야 총선에서 승리하는데 갈등이 잦아지면 안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