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를 아우르는 이른바 ‘강남 3구’에 의료용 마약 ‘프로포폴’을 오남용해 경찰 수사 의뢰를 받은 의료기관 대다수가 포진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의료기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단속에 칼을 빼들었지만 지자체는 여러 한계와 제약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영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현장점검을 통해 프로포폴의 의료목적 외 사용을 의심해 식약처가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의료기관은 총 25곳이다. 그 중 21곳(84%)이 강남 3구에 위치해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이 15곳, 서초구가 5곳, 송파구가 1곳이다. 서초구 소재 A의료기관에서는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 환자 9명과 의사 2명이 적발됐고, B의료기관에서는 오남용 의심 의사가 5명이나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의료기관의 펜타닐,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끊이질 않자 식약처는 오남용 처방 의사와 의료쇼핑 환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마약안전기획관 내에 민관이 협력하는 120명 규모의 ‘마약류 오남용감시단’을 구성했다. 마약류통합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마약류 감시지원TF’를 두고 오남용 감시업무를 지원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감시단은 향후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감시를 총괄하고,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오남용 의심사례에 대해 보다 촘촘하고 신속한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료기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단속 의지는 확고하지만 의약업소 관리·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소들은 “지자체 차원에서의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검찰처럼 수사권이 있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단속이 어렵고, 자체적으로 지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식약처나 서울시에서 요청이 왔을 때 의약업소 자율점검 형태로 단속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서초구보건소 관계자는 2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의심 제보를 받으면 수사기관에 전달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서 행정처분이 필요하면 처분을 내리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의료기관을 단속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1년에 한 번씩 서울시로부터 점검 대상 리스트를 받아서 해당 기관에 자율점검표를 전달해 작성하게 하는 식으로 의료기관 등 마약류 취급업소를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서초구의 경우 관내 전체 점검대상 의약업소는 1600여 곳으로 일일이 이곳들을 방문하기 어렵다. 또 위법사항을 포착했더라도 해당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이 부족하기 때문에 철저한 단속이 어렵다”면서도 “의료기관 의료용 마약류 취급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작년에는 의약업소 자율점검과 더불어 더 면밀한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올해도 단속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구도 상황이 비슷했다. 강남구보건소 관계자는 “자체 점검을 벌이고 있지만 거의 식약처나 서울시에서 요청이 내려오면 점검에 나서는 식”이라며 “강남구 의료기관만 3000여 곳이 된다. 요청에 따라 그때그때 점검에나서는 것으로 의료기관 하나하나 점검할 여력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의료용 마약류 취급 의약업소를 대상으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