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부족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진료 뒤 처방을 원하는 환자에게 약을 내주지 못하는 약국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약사회는 회원약국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15일~24일 비대면 진료 처방·조제 관련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서울 지역 근무 약사 846명이 참가했다.
조사 결과, 해당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 처방전을 조제한 경험이 있는 약사는 38.3%(324명)였다. 이 중 50.9%(165명)는 ‘비대면 진료 처방전 조제가 불가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처방약이 없었던 경우가 48.5%(80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시범사업 지침을 위반한 처방전 때문에’가 46.7%(77명), ‘비대면 진료 처방전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어서’가 38.2%(63명) 순이었다.
약사회는 이 같은 결과가 관행적인 상품명 처방과 의약품 품절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발생된 문제라고 분석했다. 특히 처방전 진위 확인이 어려워 조제하지 못했다는 설문 응답을 두고 “신뢰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공적전자처방전 전송 체계가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비대면 진료 지침 위반으로 약을 조제할 수 없었던 사례로는 민간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처방전을 제시하거나 다운로드 받은 처방전을 내놓은 경우가 다수 꼽혔다. 비대면 진료 조제가 불가능한 마약, 항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우려 의약품, 응급피임약 등 처방전도 잇따랐다. 약사회는 “시범사업 지침 위반뿐만 아니라, 약물 오남용 조장 문제도 벌어졌다”고 짚었다.
처방전의 병·의원 팩스번호와 실제 전송 팩스번호가 다른 처방전이 전달되거나, 90일 이상 장기간 의약품이 처방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약사회의 설명이다.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환자가 어느 약국에서든 조제 받을 수 있는 성분명 처방과 모든 약국에서 의심 없이 수용 가능한 공적전자처방전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아무런 준비와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확대해 보건의료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민간 플랫폼의 이익을 대변하는 초법적인 시범사업을 중단하고, 충분한 논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