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피해 업체들의 곡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 회수를 위해 라벨지 생산과 유통을 맡았던 업체들은 막대한 손해를 떠안으면서 사업 수행기관인 한국조폐공사를 상대로 법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엘앤비와 세롬, 오아시스물류는 각각 조폐공사를 상대로 총 75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박정훈 세롬 대표는 “최근 조정 재판이 열렸는데, 조폐공사가 재판부 조정안을 거부한 상황”이라며 “정식 재판은 아직 안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에서 조폐공사를 비롯해 환경부, 코스모 관계자를 불러 간담회를 통한 협의를 도출하려고 노력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버텨나가고 있다는 그는 “재판까지 가지 않고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무궁화엘엔비도 처지는 비슷하다. 설진영 무궁화엘엔비 대표는 “현재 조폐공사를 상대로 18억 정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라면서 “조폐공사 측은 국가 정책이 바뀐 거라 귀책 책임이 전혀 없다고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설 대표는 “엄연한 국가기관인 조폐공사와 실질적인 계약을 맺고 진행했고, 계약도 조달청을 통해 경쟁 입찰로 계약한 것”이라며 “여태 금전적인 보상은 1원도 못 받았다. 그 보상을 결국 소송으로 받아가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기가막힐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최상근 오아시스물류 대표 역시 다음달 열릴 정식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기업들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납품 사업에 참여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일회용컵에 붙일 바코드 라벨(특수용지 스티커) 20억장과 80억원 상당을 제작해 전국에 배송하기로 조폐공사와 계약을 맺었으나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일회용품 보증금제 전국 시행 철회를 선언했다. 조폐공사는 계약 금액의 4%에 해당하는 물품만 발주를 넣었고, 실제 발주량은 계약물량의 6400여만장, 4억원으로 3.2%에 그쳤다.
해당 기업들은 물량을 맞추기 위해 64억원의 시설을 투자했지만, 지난해 말 계약이 종료되면서 빚더미에 안게 됐다.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졌고, 은행 이자만 매달 1000만원씩 물고 있는 상황이다.
조폐공사 측은 환경부가 “정책 결정을 바꾸었기 때문에 귀책사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부로부터 일회용컵 보증금 표시라벨 업무를 부여받아 한국조폐공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계약을 진행한 코스모(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역시 보상방안이 없다는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
앞서 조폐공사 측은 “환경부 정책 변경으로 사업 준비를 위해 투자한 비용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주처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동시에 협력업체와 협력 분야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