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상황에서 수련을 이어가는 흉부외과 전공의가 전국에서 12명만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에 배출되는 신규 전문의는 6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29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흉부외과 전공의 사직 현황을 집계한 결과, 흉부외과 전공의 107명 중 사직 처리된 전공의는 75명으로 나타났다. 보류 상태로 사직을 기다리는 전공의는 20명, 복귀 후 근무 중인 전공의는 12명이다.
복귀 후 근무 중인 전공의 12명 중 1년차가 3명, 2년차 2명, 3년차는 1명이다. 4년차는 6명으로, 이로써 내년에 배출될 수 있는 신규 흉부외과 전문의는 최대 6명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보면 흉부외과 전공의는 대전·충남에 5명, 서울과 경북·대구에 각각 2명이 있다. 경기·인천, 경남·부산·울산, 전남·광주 등에는 각각 1명씩 남아있다. 강원·충북·전북·제주에는 1명도 없다.
학회는 내년에도 흉부외과 전공의 수가 한자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흉부외과 신입 전공의 수는 1994년 57명에서 점차 감소해 2009년 20명으로 최저치를 찍었다. 2021년 21명, 2022년 23명 등 ‘기피과’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학회가 흉부외과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서며 지난해 신입 전공의 수가 40명까지 늘었지만 의정 갈등 상황으로 물거품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존 흉부외과 전문의마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올해 은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32명에 달하지만, 신규 전문의는 21명에 불과하다. 오는 2026년부터는 연간 50명 이상씩 은퇴한다. 2026년 54명, 2027년 56명, 2028명 53명, 2029년 59명의 전문의가 정년을 채운다.
학회는 “의정 갈등과 전공의 사직 결과는 흉부외과의 지역·필수의료 역할을 소멸시켰다”며 “권역심혈관센터, 응급센터 등 논의 중인 권역·지역 필수의료 시스템은 이 상태론 무의미하며 향후 작동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공의 12명으로 연간 2만건이 넘는 심장 수술, 폐암 수술을 완수할 수 없다. 미래에는 선택된 환자만 수술 받을 수 있게 될 게 자명하다”면서 “참여 인력 자체가 없다. 초응급 상황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흉부외과의 경우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가 확립돼 있긴 하나,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으면 이마저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학회는 “수술 등 진료가 당분간은 유지될 수 있으나 신입 전문의 투입 불가로 지속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며 “신입 전문의 배출 없이 전문의 중심병원은 불가능하다. 전공의들이 다시 꿈을 꾸고 환자 옆에 있을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