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습진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고 병원을 찾아갈 때쯤 몹시 고통스런 통증을 느꼈어요.”
눈 주위에 대상포진을 앓았던 김준호씨(56). 발병 초기에 습진으로 오해하고 방치했던 그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한밤중에 병원을 찾으면서 대상포진임을 알았다고 한다. 그의 경우 눈 주위로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퍼진 경우였기 때문에 치료시기가 더 늦어졌다면 자칫 실명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대상포진 환자의 10~25%에서는 눈에 대상포진이 발생하며 눈 대상포진 환자의 절반 이상이 만성 재발성 안(눈)질환 및 시각상실을 겪게 된다.
◇ 초기증상 습진과 비슷해…‘통증’이 느껴진다면 대상포진 의심
대상포진 발진은 보통 얼굴이나 신체의 한쪽에 넓게 나타나며 수포(물집)→농포(고름물집)→가피(피딱지)의 순으로 발진한다. 발생초기 습진처럼 가려움과 화끈거림을 동반하고 수일 내에 액체가 차있는 수포성 발진을 보이기 때문에 대상포진을 습진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습진과는 달리 ‘쿡쿡 쑤시는’듯한 통증이 뒤따르며 얼굴 좌·우 한쪽에 국한해서 나타나거나 흉부에 발병 시 신경절을 따라 띠 모양을 형성하며 발진하는 특징이 있다.
대상포진의 또 다른 증상에는 발열, 두통, 오한, 위장장애 등이 있다. 수포성 발진은 생긴지 3~4일 내로 항바이러스제(주사, 약)를 투여하면 비교적 쉽게 완화되지만 습진으로 오해하고 치료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지워지지 않는 흉터 뿐 아니라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눈 주위를 침범한 경우 시격저하가 나타날 수 있고 얼굴 부위를 침범한 경우에는 안면신경 마비를, 뇌신경을 침범한 경우에는 뇌수막염이, 방광 부위를 침범하면 신경성 방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밖에도 5명 중 1명은 발진이 가라앉은 후에도 심한 통증을 느끼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을 겪는다고 한다.
◇ ‘잦은 치료로 면역력 약한 환자, 50대 이상 성인’ 대상포진 발병 위험군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동일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어린 시절 수두를 앓았던 사람의 몸속에는 수두가 완치됐다하더라도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는 그대로 잠복해있다. 신경절에 몸을 숨기고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다시 활성화돼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에 따르면 수두를 앓았기 때문에 미국 성인의 3명 중 1명은 일생동안 대상포진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의 대상포진 발병률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상포진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할 결과 대상포진 진료인원은 2008년 41만7273명에서 2012년 57만3362명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이상 성인에게서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암질환이나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 또는 화학요법으로 인해 면역체계가 약해진 환자에서의 발병률도 두드러졌다.
◇ 대상포진 예방법
체내에 잠복해있는 대상포진 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대상포진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수면과 고른 영양섭취가 유일한 예방법이었으나 최근 예방백신이 개발되면서 접종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대상포진 예방백신은 대상포진의 발생률을 약 50% 감소시키고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신경통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을 약 3분의 1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50세 이상 성인에게 접종이 허가된 ‘조스타박스’가 있으며 국내 유일한 대상포진 백신이다. 지난 7월에 대학병원을 비롯한 일부 개원가에 한 차례 공급됐으나 조기 품절돼 10월 말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조스타박스는 결핵환자, 네오마이신, 젤라틴 등 백신의 구성 성분에 과민반응이 있는 자, 후천성 면역결핍 상태의 환자, 고용량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포함한 면역억제요법을 받고 있는 환자, 임부 또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접종해서는 안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