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잊은 모기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가을로 접어든 지난 10월 대구에서 첫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했으며 일본뇌염 주의보 및 경보 발령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빨간집모기를 매개로 해서 전염되는 중추신경계 전염병이다. 사람과 동물에게 모두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인수공동전염병으로 모기가 이들을 무는 과정에서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침투해 감염을 일으킨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모기(매개체)→사람
일본뇌염 바이러스는 주로 돼지의 체내에서 증식한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가 다시 사람을 물면서 전파된다. 지난달 발생한 첫 일본뇌염환자도 축사인근 지역 거주자였다. 하지만 도시지역에 산다고 해서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모기는 무서운 번식력을 갖고 있으며 10~20km를 이동할 수 있다. 단 사람과 사람간의 접촉으로 전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일본뇌염 모기는 가까이 보아도 구별이 어려우며 물린 자국 역시 일반 모기에 물린 자국과 차이가 없다. 또한 물린 부위가 붓고 가려운 점도 동일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 감염에 따른 증상은 모기에 물린 후 1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감염에 따른 증상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다고 모든 사람이 아픈 것은 아니다. 대부분 무증상으로 진행되며 이 중 극히 일부가 뇌염(뇌의 염증)으로 진행된다. 뇌염 증상은 갑작스런 고열(39~40도)과 두통, 현기증, 구토 등으로 이어진다. 증상 완화를 위한 초기 치료가 진행되지 않으면 의식장애, 경련, 혼수에 이르게 되고 이 경우 대게 발병 10일 이내로 사망한다. 일단 일본뇌염에 걸리면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으므로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모기의 활동이 왕성한 지역의 거주자라면 나이의 상관없이 접종하는 것이 좋다.
◇예방법
일단,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본뇌염 경보가 내려지면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새벽과 해가 진 무렵 저녁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한다. 불가피하게 외출을 한다면 긴소매의 웃옷과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또한 모기는 비교적 깨끗한 물에 서식한다는 점을 알아두자. 따라서 수질관리가 잘 돼있는 곳이라도 인공호수나 물웅덩이가 있는 곳은 피해야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뇌염 예방접종(사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해 유아와 노인들이 의무적으로 접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모기를 매개로 발생하는 전염병이어서 여름철에 맞아야 하는 계절접종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일본뇌염 경보가 내려지면 서둘러 접종하는 것이 맞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백신 종류에 따라 접종일정에 맞혀 맞으면 된다.
◇일본뇌염 백신
국내에서 접종이 허가된 일본뇌염 예방백신은 보령제약에서 나온 ‘일본뇌염사백신’과 글로박스에서 나온 ‘일본뇌염생백신’이 있다. 사백신(불활성화백신)은 죽은 병원체를 넣어 만든 것이고 생백신은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을 정도의 살아있는 병원체를 넣어 만든 것으로 체내에서 증식해 면역을 생성하도록 하는 원리를 갖고 있다.
일본뇌염사백신과 일본뇌염생백신 모두 완전접종 시 항체형성률은 90% 이상이다. 단 접종횟수와 접종비용에 차이가 있다. 사백신은 총 5회 접종이다. 1~3차를 생후 12~35개월 사이에 접종하고 4차를 만6세에, 5차를 만12세에 접종한다. 국가필수예방접종이어서 1회 접종비용은 5000원 정도다. 반면 생백신은 총 2회 접종이다. 1~2차를 생후 12~35개월 사이에 접종한다. 선택접종으로 분류돼있어 백신접종에 대한 비용(3~4만원, 병원마다 상이)은 전액 본인부담이다.
생백신의 경우 접종횟수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어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100% 수입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라 해마다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뇌염 생백신으로 1차 접종을 했으나 생백신 공급의 차질이 생겨 정해진 기한 내에 접종을 못할 경우 생백신의 접종이력을 무시하고 사백신으로 1차부터 접종하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