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회 접종해야 하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서바릭스’에 대해서 한번만 접종해도 충분하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나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3차례나 맞아야 했던 접종 횟수와 접종 때마다 지불해야 했던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곳은 미국 국립암염구소(NCI)다. 이 연구소의 마보베 사파에이안 박사팀은 서바릭스를 한 번 맞은 여성 78명과 2번 맞은 여성 192명, 3명 맞은 여성 120명의 혈액을 채취해 4년 후 항체 형성률을 측정했다. 그 결과 서바릭스를 한 번 접종한 여성과 2~3번 접종한 여성 사이의 항체 형성률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단회 접종의 면역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로서 마보베 박사의 연구결과는 신빙성이 낮다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임상실험에 참여한 대상자수가 너무 적어 실험 결과를 일반화하기엔 불충분하며 특히 항체 형성 여부를 실제 예방 효과의 기준으로 삼는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WHO가 발표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효과와 면역원성(항체형성)의 상관관계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감염 즉시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감염질환과 달리 9~15년 이후 질환이 발병하는 HPV(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의 경우 백신접종 시 면역원성(항체형성)을 보인다고 해서 향후에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일반 여성들이 이 같은 내용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1회 접종이력이 있는 여성이 단순히 보도내용만 보고 추가접종을 기피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하다. 김승철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번 미국 NCI의 연구는 단회 접종 가능성을 제시한 것 뿐, 아직 1회 접종의 암 예방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는 아니다”라며 “지금 1회 접종을 받은 이력의 여성들이 남은 2회 추가접종을 하지 않는 것은 부적절한 조치”라고 조언했다.
이어 김승철 교수는 “3회 접종을 하는 것은 충분히 높은 항체역가를 얻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높은 항체역가가 유지되도록 함에 목적이 있다”며 “현재 서바릭스의 암예방효과는 3회의 접종을 통한 연구 결과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현재로써는 3회 접종 방법이 표준 접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바릭스를 생산하는 한국GSK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백신접종의 간소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연구결과이긴 하나 이번 연구가 GSK와 공동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어서 접종 기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1회 접종 이력이 있는 여성은 추가 접종 시일에 맞춰 2차, 3차를 맞으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