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스티븐 호킹 박사의 병으로 잘 알려진 루게릭 병은 발병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그동안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루게릭 병은 의심과 감각, 지능을 정상이지만 근육이 마비되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대개 증상이 발현된 지 3~5년 사이에 사망에 이르는데 원인은 호흡 근육의 마비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이렇게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희귀난치성질환 루게릭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고재영 교수팀(사진)은 루게릭 병에 걸린 유전자변형 생쥐에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결과 운동신경세포의 사멸이 효과적으로 억제되고 생존율 또한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프로게스테론이 체내 소기관의 세포 폐기물을 제거하는 *자식작용(불필요한 세포를 스스로 잡아먹는 작용)을 촉진하면서, 루게릭병의 대표적 유전 발병인자인 *돌연변이 단백질 SOD1(superoxide dismutase 1)을 감소시켜 병의 진행을 억제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루게릭병에 걸린 유전자 변형 생쥐를 프로게스테론 투여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누고 로타로드(rota-rod)검사를 이용하여 운동 능력 정도를 측정한 결과,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하지 않은 생쥐는 정상 생쥐의 5% 정도의 운동 능력만 남아 있었지만,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생쥐는 정상 생쥐의 50% 정도의 운동 능력 보존 효과를 보였다.
또한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했을 때의 생존기간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약 10% 가량 더 긴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은 이미 인체 내에 존재하고 있고 이번 연구기간 동안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생쥐에서 독성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치료제 개발 시 임상 적용이 한결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재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루게릭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 매커니즘이 밝혀짐에 따라 루게릭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루게릭병과 마찬가지로 비정상 단백질의 축적을 특징으로 하는 퇴행성 신경질환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논문은 신경질환 전문 학회지인 ‘질병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Disease)’ 최근호에 실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