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와 대학원 의학과 김헌식 교수팀은 바이러스 감염세포나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의 기능장애가 축농증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자연살해세포’는 바이러스감염세포나 암세포 등 표적세포를 세포질 과립(granule)을 방출해 바로 죽이거나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해 무력화시키는 면역세포이다.
연구진은 축농증 환자 18명과 건강한 정상인 19명의 혈액에서 말초혈액을 분리한 후, 유액상태의 세포 크기, 내부구조, 기능 등을 측정하는 유세포분석을 통해 두 실험군의 ‘자연살해세포’ 기능을 비교분석했다.
연구결과 ‘자연살해세포’ 기능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표적세포 221을 투입하자, 정상인의 ‘자연살해세포’는 24%가 반응한 반면 축농증 환자의 반응률은 10%에 그쳤다. 표적세포를 공격하는 축농증 환자의 세포질 과립(granule) 방출 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50% 이상 떨어진 것이다.
특히, 재발성중증 축농증 환자일수록 ‘자연살해세포’의 기능장애가 심했다. 축농증환자 18명을 재발성중증 8명, 경증 10명으로 나눠 각각에게 자극을 준 결과, 재발성중증 축농증환자는 특정 표적세포를 공격하는 IFN-감마와 TNF-알파를 경증환자에 비해 훨씬 적게 만들었다.
재발성중증 환자의 IFN-감마 발현율이 7%로 경증 환자(14%)의 50%, 정상인(28%)의 25% 수준에 그친 것이다. TNF-알파의 경우, 실험군 간 발현율의 차이가 IFN-감마에 비해 덜 심했지만, 재발성중증 환자(10%)가 정상인(18%)과 경증환자(12%)에 비해 발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축농증 환자와 정상인의 ‘자연살해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수용체의 발현도 비교분석해봤다. 그 결과, 두 실험군에서 대다수 수용체의 발현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축농증 환자의 경우 특정 활성수용체(NKp46)의 발현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
김헌식 울산의대 대학원 의학과 교수는 “이전까지는 얼굴뼈의 빈 공간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염증을 일으켜 축농증이 발생한다는 세균학적 관점의 연구가 많이 있었지만, 정확한 면역학적 발병원인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다”며 “이번 연구는 자연살해세포의 기능 장애를 중심으로 한 전신적인 면역반응의 결함이 축농증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낸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용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만성축농증 환자들의 치료 경과를 살펴보는 표지자(marker)로 활용하여, 향후 치료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중개연구과제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미국에서 발행하는 의과학 기초연구분야 국제 SCI 학술지인 PLOS ONE 2013년 10월호에 게재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