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며칠 후 회사 근처 또 다른 치과에 내원했다. 구강검진 결과 충치가 3개쯤 있는데, 그렇게 우려할만한 사안은 아니다 라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소견에 따르면 충치 3개가 있는데 하나는 착색된 점으로 밝혀졌으며, 나머지 두개도 아말감으로 때우면 된다는 것이다. 혹시 몰라 김씨는 레진으로 해야 하지 않냐고 치과의사에게 묻자 그는 “굳이 레진으로 할 필요는 없다. 초기 충치이기 때문에 아말감으로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충치 두 개에 대해 아말감 치료를 했다. 진료비는 1만3900원. 김씨는 치과 문을 나서면서 해당 치과 원장에게 “자세한 설명 덕에 치료 잘 받고 간다. 주변에도 많이 알리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똑같은 충치치료인데도 두 병원의 검진결과는 달랐다. 충치를 해석하는 의사의 견해는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초기 충치인데도 금으로 때울 것을 권유했다면 과잉진료에 가깝다.
김씨처럼 값비싼 치료비에 놀라 병원 이 곳 저 곳을 다니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신경치료로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치아를 임플란트 시술을 강요받았다거나 3개만 해도 될 임플란트를 5~6개씩 하게 됐다는 이야기는 한국소비자원으로 접수되는 단골 피해 사례다.
치과 진료 항목에는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율이 유난히 높다. 치아교정, 임플란트, 틀니, 충치치료 등이 모두 비급여 항목이다. ‘비급여’로 짭짤한 돈맛을 본 치과 의사들은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만큼은 아니어도 과잉진료를 할 가능성이 높다. 치료받아야 할 충치와 임플란트 개수가 병원마다 차이를 보이는 데 이는 치료받는 치아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수입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에서 비롯된 병원적자는 비급여 항목의 과잉진료 수입으로 메워진다. 나름의 생존방법이라 할 수 있지만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의료 과소비는 의사 불신으로 이어져 결국 그 손해가 치과계 전체로 번지게 된다. 비급여 문제는 의료계 전체가 안고 있는 현안이지만 과잉진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치과계에 두드러진다는 점은 치과계 스스로가 풀어야할 숙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성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사업국장은 “치과 과잉진료의 문제는 치과계 상업화의 결과”라며 “환자들은 치료비를 아끼기 위해 저렴한 곳을 찾지만 결국 불필요한 치료까지 떠안는 과잉진료의 문제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양심을 지키는 치과의원들은 과잉공급과 단가경쟁으로 밀어붙이는 상업화 네트워크들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철심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과잉진료로 신고 받은 병원을 보면 기업형 네트워크 치과인 경우가 많다. 이는 과잉진료를 할 수밖에 없게끔 구조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저렴한 진료비를 내새워 환자를 유치하고 불필요하게 비싼 재료비를 사용해 과다한 치료비 지출을 유도한다. 현재 치협은 과잉진료를 양산하고 조장하는 행태를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