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선진국 유수의 제약사들은 앞 다퉈 ‘바이오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바이오 신약은 일반 신약과는 그 의미가 다른데, 기존 약이 화학 합성을 통해 만들어졌다면 바이오 신약은 생명공학을 이용한다. DNA→RNA→Protein이라는 생명공식이 밝혀지면서 바이오 신약 분야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바이오 신약의 장점은 질병의 발병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면역체계 내 물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동안 합성 신약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난치병 치료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바이오 신약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DNA백신’이 주목받고 있다.
DNA백신은 독성을 약화시킨 병원균을 직접 넣어 만든 1세대 백신과 달리 병원균의 DNA 일부분을 넣어 만든 것으로 항체 형성뿐 아니라 몸 안에 들어온 병원균을 직접 죽이는 T세포까지 생성한다. 1세대 백신이 보이지 않는 병을 예방했다면 DNA백신은 이와 더불어 걸린 병에 대한 치료효과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DNA백신 개발에 도전장은 낸 곳은 국내서 단 한 곳, VGX인터내셔널 사다. 박영근 VGX인터내셔널 대표를 만나 세계 의약품 시장의 흐름과 DNA백신 개발에 대해 물었다.
박 대표는 “DNA백신은 1980년 대 말 이론이 처음 등장했고 그 이후로 많은 연구자들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임상을 시작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이렇다보니 많은 발전은 이뤄온 지금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국내서는 개발참여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DNA백신 개발이 어려웠던 이유는 충분한 양의 DNA백신이 세포 내로 전달되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2005년 전기천공장치를 활용함으로써 해결되었고 이를 계기로 DNA백신의 효과를 증명하는 임상연구가 이뤄졌다.
현재 VGX인터내셔널 사는 미국 이노비오 사와 업무제휴를 맺고 자궁경부암 치료하는 DNA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임상2상 연구를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라며 “자궁경부암 치료백신은 우수한 임상 1상 연구결과로 이미 미국 내 의학계 및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큰 주목받고 있으며 최종 성공 시 60억불 규모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VGX인터내셔널 사가 설립 초기부터 DNA백신 개발에 주력했던 것은 아니다. 기술력은 있으나 상대적으로 조그만 생명공학 벤처기업이 이 어려운 DNA백신 개발로 고개를 돌린 이유에 대해 박영근 대표는 “세계 의약품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제약업계의 최대 고민이자 과제는 ‘신약 개발’이다.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국내기업이 갖는 명성과 입지는 두터운 편은 아니다. 이 분위기를 역전할 만한 대박 신약이 나오려면 이전 약품보다 약효가 월등히 뛰어나야 하는데, 1세대 백신의 발전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것이 DNA백신에 주목한 이유다. DNA백신은 개발 그 자체는 어렵지만 제품화에 성공만 한다면 국내 백신산업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NA백신의 적응증은 대부분은 암, 면역체계 이상, 난치성 만성질환 등이다. 최근 VGX 인터내셔널사가 국내서 착수한 임상실험도 만성 C형간염 치료백신(VGX-6150)이다. 이에 대해 박영근 대표는 “치료와 예방이 동시에 가능한 블록버스터급 제품”이라며 “본 제품은 향후 5년 내에 제품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DNA백신 개발과 관련해 VGX인터내셔널 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는 VGX인터내셔널 사의 기술력은 인정하고 상호협력을 제안해왔다. 박 대표는 “세계적인 기업으로부터 개발능력의 우수함을 인정받아 기쁘다. 하지만 연구개발 활동이 국내와 외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국내 기업이라는 인식보다는 외국기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국내기업으로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DNA백신을 만들어 국내 백신산업의 세계화를 보다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