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되어보지 않고 환자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암’을 마주한 환자의 마음은 더욱 복잡하다. 완치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암을 판정받은 환자의 마음은 분노와 억울함, 공포로 얼룩져있다. [암환자 마음읽기] 코너를 새롭게 담당하며, 생각보다 많은 암 환자가 정신과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보통 암 판정 이후 일정시간이 흐르면 현실부정 등의 우울증 정도가 줄어들지만 친구와 가족 등 주변의 도움을 받아도 질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볼 필요가 있다.
우울증은 많은 암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현상 중 하나다. 유병률이 10~20%정도라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울증’이라는 정신질환으로 진단받는 경우고 더 많은 수가 질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울한 감정에 빠진다는 소리다. 암 환자의 우울증은 심리의 문제를 넘어서 전반적인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치료방법 결정 등에도 영향을 준다. 완치로 가는 길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
폐암을 극복한 여성 환우를 만났다. 그녀는 폐암을 선고받고서 남편을 원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애연가인 남편 때문에 일평생 간접흡연을 한 것이 자신이 폐암에 걸린 원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남편을 원망하며 시작된 첫 번째 방사선치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여성 환우는 “마음에 가득 찬 분노 때문이었는지 암의 크기는 전혀 줄지 않았다. 이후, 담당교수는 나에게 심리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했고, 우울증 치료를 통해 원망과 갈등을 해소하고 나니 암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성 암 환자가 우울증을 겪을 경우, 결과는 더욱 좋지 못하다. 여성보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데다, 심리치료사에게조차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만난 남성 암 환자는 완치하는 그 과정이 ‘고독한 산행’이었다고 표현했다.
암 환자는 다양한 감정상태를 경험한다. 하지만 그냥 지나쳐버릴 때가 많아서 정신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암에 대한 온갖 정보를 모으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이 병들고 있다는 데는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암은 여행 중 만난 험준한 산이다. 산행을 즐길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비로소 완치라는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매월 셋째 주 화요일에 발간되는 국민일보 [암과의 동행] 섹션에서 연재중인 [암환자 마음읽기]는 암 환자의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암을 안고 일상을 즐기는 방법, 의료진과의 갈등, 이를 해결하는 방법 등 전함으로써 완치로 가는 길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더불어 포기와 희망을 반복적으로 경험하지만 결국에는 누구나 극복 가능한 질환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암과 대적하지 않고 암과 동행하며 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암과의 동행]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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