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담배와 카페인 음료를 즐기는 직장인 박진수 씨(34세, 남)는 며칠 전 동료로부터 구강청정제를 선물로 받았다. 입냄새가 난다는 무언의 충고였다.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자칫하면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입냄새에 대해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정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입 냄새 원인, 입 안을 주목하라
입 냄새는 입 안의 박테리아가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휘발성 황화합물로 인해 냄새가 나는 것을 말한다. 김정현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전신질환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청결하지 입 안의 상태가 입 냄새의 원인”이라며 “특히 잇몸질환(치주염), 충치나 오래된 보철물 하방의 치태 세균, 설태(혀 표면이 하얗게 혹은 검게 변하거나 털이 난 것처럼 보이는 증상)에 의해 주로 생긴다”고 말했다.
아침 기상 후 입 냄새가 나는 것은 자는 동안 침이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침이 적으면 세균이 혀와 치아 표면에서 빠르게 증식된다. 밤새 고여 있던 침의 산도가 높아지면서 입안에 남아 있던 음식물 찌꺼기나 잇몸의 단백질을 부패시키는 것도 원인이다.
◇식습관도 구취와 밀접한 관계
다이어트로 끼니를 자주 거르거나 금식을 하는 사람은 입 냄새가 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과다하게 섭취하게 되면 탄수화물 대신 지방이 분해되면서 냄새를 유발하는 케톤이라는 화학물질이 생성된다.
이 케톤이라는 물질이 호흡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면서 입 냄새가 난다. 이때는 가벼운 식사나 과일 주스를 섭취하면 구취가 완화될 수 있다.
자극적인 음식도 구취에 한 몫을 한다. 우리가 먹은 음식 중 위와 대장을 통해 소화된 대사물질은 피 속으로 흡수돼 숨 쉴 때 밖으로 배출된다. 양파와 마늘, 술, 향이 강한 음식을 먹은 후 양치질을 해도 냄새가 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전신질환이 구취를 일으킨다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당뇨병, 신장질환과 같은 병이 있어도 입 냄새가 난다. 당뇨병이 심하면 달콤한 과일냄새 같은 아세톤향의 냄새가 날 수 있다. 신부전에 의한 요독증이 있으면 숨 쉴 때마다 소변냄새나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는 생선비린내와 비슷하다. 간경화증 환자에서는 피 냄새나 계란이 썩는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다. 백혈병에서도 피 썩는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 비타민 부족, 철분이나 아연 등의 무기질 결핍증도 입을 마르게 해 입 냄새를 일으킬 수 있다.
이외에 본인은 심한 입 냄새를 호소하지만 객관적으로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타인이 인지할 수 없는 주관적인 입 냄새는 후각 이상일 확률이 높다.
◇구취 여부, 간단히 검사로 확인 가능
구취의 원인 물질인 휘발성 황화합물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으로 ‘할리미터(Halimeter)’, 가스 크로마토그라피(Gas Chromatography) 검사기기를 이용해서 구취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타액 분비율 검사, 혈액 검사, 간이정신진단검사와 구강검사 및 치과방사선사진 검사를 시행해 구취의 원인을 진단이 가능하다.
◇생활습관만 바로 잡아도 구취 예방할 수 있어
입 냄새는 올바른 칫솔질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다. 칫솔질은 333(하루 3번, 식후 3분 이내, 3분 동안) 운동을 따르고, 혀를 닦는 것도 잊지 않는다. 치실을 이용해 치아 사이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도 제거한다. 그러나 잇몸질환이나 충치, 오래된 보철물 주변의 치태로 인한 구취는 칫솔질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므로 전문적인 치과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규칙적으로 아침식사를 하면 혀 표면의 설태가 제거되고 침 분비가 촉진된다. 육류 중심의 식사습관을 신선한 야채, 채소, 과일 등 저지방, 고섬유질 식사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구강건조증을 야기하는 약을 끊고 술이나 담배를 삼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설탕 껌이나 박하사탕 등은 침 분비를 늘리는 데 효과가 있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좋다.
최근에는 칫솔질이 불가능한 때 사용하기 좋은 구강세정제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러한 제품들은 구취의 원인을 제거하기 보다는 일시적으로 가려주는 효과만 있어 궁극적인 치료방법은 되지 못한다. 또 오래 사용하면 치아나 입안 점막의 색이 누렇게 변하고 치석이 많아지며 입맛이 변하는 등 부작용이 있어 6개월마다 치과를 찾아 검사를 받도록 한다.
김정현 교수는 “칫솔질도 잘하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도 받았으며, 치과의사의 검진을 통해 입안에 구취의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편도선, 축농증, 비염과 같은 코 쪽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좋다”며 “역류성식도염, 당뇨, 위장질환이나 신장 질환, 간질환과 같은 전신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구취가 발생하기 때문에 내과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