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버릇이 고약한 사람이 있다. 자는 동안 옆사람을 발로 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잠들면서 움찔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수면 습관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이는 수면장애의 단면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성훈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의 도움말로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잠버릇의 비밀을 알아보자.
◇잠들 무렵 팔다리를 ‘움찔’하는 당신
누구나 자다가 팔이나 다리를 움찔하면서 깬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의학적으로 ‘수면 놀라움(sleep start)’이라 부르는 현상으로, 대개 팔이나 다리를 움찔하지만 몸 전체를 움찔하는 경우도 있고, 소리를 지르면서 깨기도 한다. 이때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빨라짐을 느끼기도 한다.
수면 놀라움은 잠이 들려고 하는 상태에서 갑자기 각성 상태에 이르러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우에 따라 잠들 무렵 꿈을 꾸면서 깨기도 하기 때문에 꿈을 꾸는 렘수면이 불완전하게 형성돼 나타나기도 한다.
수면 놀라움은 정상인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수면장애가 아니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특히
갑작스런 각성 상태의 바이오리듬을 맞추기 위해 심장 박동과 호흡이 빨라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정성훈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면 놀라움은 그 전 날 충분히 자지 못했거나 스트레스와 피로가 심할 때 잘 나타나기 때문에 당황하고 놀라기 보다는 지친 내 몸이 쉬라고 보내는 신호로 이해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자기 전 다리를 두드리는 당신
하지불안증후군은 잠들기 전 종아리 근육 사이로 뭔가 지나가는 듯한 느낌과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질환으로, 주물러주거나 근육을 움직이면 바로 좋아지는 특징을 가진다. 50대 이후에서 흔히 나타나며, 유전성이 있어 가족 모두가 하지불안증후군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있는 사람의 70~80%는 자면서 다리를 차는 주기성사지운동증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철분 부족과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중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같은 하지불안증후군은 약물로 치료할 수 있으며 더운 물이나 수건으로 종아리를 찜질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리 사이에 베개를 끼고 자는 당신
옆으로 누워 자면서 다리 사이에 뭔가를 끼워야 편안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똑바로 눕는 자세보다는 옆으로 눕는 자세가 척추에 부담을 적게 주므로 편한 자세가 되는데 여기에 다리 사이에 베개까지 끼워주면 허리 근육에 대한 긴장이 줄어들어 더욱 편안하게 느껴진다. 때문에 옆으로 누워 자면서 다리 사이에 뭔가 끼우는 것이 편안한 사람은 허리 통증에 대해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자면서 다리를 차는 당신
잠 자는 동안 다리를 차는 것을 ‘주기성사지운동증’이라고 부른다. 정성훈 교수는 “대개 본인은 다리를 찬 기억도 없고 왜 잠에서 깨었는지 알지 못하며 수면 중에 다리 근육이 저절로 움직이다 보니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낮에는 졸리고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기성사지운동증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하룻밤 동안 얼마나 다리를 차는 지 등을 평가한 후 약물이나 행동요법 등을 시행해 치료한다.
◇옆으로 누워서 자는 당신
옆으로 누워야 잠을 잘 수 있는 사람 중에는 코골이가 심하고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옆으로 눕게 되면 혀가 뒤로 떨어지지 않아 어느 정도 기도가 확보되므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이 줄어든다. 결국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것은 환자 나름대로 병의 증상을 줄여보기 위한 자구책이 되는 셈이다.
동시에 낮 동안 유난히 피곤하고 졸림을 느낀다면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 심장질환, 뇌졸중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대 질환이기 때문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