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석촌호수 지하차도에 발생한 싱크홀을 두고 새로운 ‘가설’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만든 남침용 땅굴이라는 것입니다. 이 웃지 못 할 주장에 네티즌들은 황당함을 넘어 허탈함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땅굴안보국민연합, 남침땅굴대책위원회, 남침땅굴을찾는사람들 등 땅굴관련 단체 회원 50여명이 20일 석촌호수 사거리 인근 공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지난 13일 석촌 지하차도에서 발견된 80m의 동공은 누가 봐도 인공동굴이자 남침동굴”이라는 내용입니다.
이들은 ‘다우징’이라는 방법으로 석촌 지하차도 아래 남침땅굴 9개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우징은 기억자로 구부러진 쇠막대 두개로 수맥을 탐지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땅굴 단체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황당하기는 네티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만병통치약 북한소행 또 나왔네” “북한은 사실 지구정복이 가능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다” “씽크홀 최초 신고자에게 포상해야 하지 않나요? 그 사람 아니었으면 북괴에게 우리나라가 어떻게 됐을지”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모양입니다.
잠실에 잇달아 발생하는 싱크홀에 주민들은 굉장히 불안해합니다. 사실 주민들에게만 국한된 불안감은 아닐 겁니다. 잠실을 잠시 지나가는 시민이나 그 곳에서 일하시는 직장인 등 불특정 다수가 두려움을 갖고 생활하겠죠.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이런 사건에는 추측 보다는 정확한 원인규명이 시급합니다. 섣부른 단정으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