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보그병신체를 아십니까?” 잡지서부터 가사까지… 언어 파괴의 심각성

[친절한 쿡기자] “보그병신체를 아십니까?” 잡지서부터 가사까지… 언어 파괴의 심각성

기사승인 2014-09-10 15:01:55
인터넷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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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 번 읽어도 이해가 안 갑니다. 분명 한글로 쓰여 있는 게 맞는데 말이죠. 언어파괴에 대한 게시물이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심각성이 대단하기에 다시 한 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0일 인터넷에는 ‘한글파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흔한 잡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자세히 보시면 흔치 않은 글들이 실려 있습니다.

“당신이 만약 이런 유의 야성남이라면 그루밍할 때도 쉽고 간편하게 끝내는 멀티펑션 제품을 택하자.”

“화이트 파우더리 우드는 유혹적이고 센슈얼한 인상을….”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잡지뿐만이 아닙니다. 백화점 매장에 있는 안내문입니다.

“아티스틱한 감성을 바탕으로 꾸띄르적인 디테일을 넣어 페미닌함을 세련되고 아트적인 느낌으로 표현합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런 문체를 ‘보그병신체’라고 부릅니다. 패션잡지에서 흔히 쓰는 문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해당 잡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패션 언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언어파괴는 이미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과연 활자매체만의 문제일까요?

“사이드 쉐입을 고려해서 플랜을 플렉서블하게 레벨을 풍성하게….”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가수 f(x)의 노래 가사입니다. “나의 모든 걸 사로잡은 에너지, 그 눈빛 속에 강렬한 레이저 레이저, 내 맘 깊은 곳 증폭되는 시너지, 대체 끝이 없는 너의 게이지 게이지”

옹호 의견도 있습니다.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독자의 욕망을 대변하는 수사”라는 겁니다. “감각적인 주제를 다뤄야 하는 잡지에서는 꼭 필요한 단어들”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직역해야할 외국 단어들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이해를 못한다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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