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릴 겁니다. 한창 수시시험을 보고 있을 고3 수험생들 이야기입니다. 시험 당일 긴장감으로 머릿속이 새하얘질 정도일테죠. 안 그래도 복잡할 학생들 마음을 더 심란하게 만든 문제가 한 학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세월호 관련 문제라고 하네요.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목원대학교에서는 지난 11일 2015학년도 수시 실기위주 전형 실기고사가 있었습니다. 음악, 체육, 미술, 연기 학부에 지원한 학생들이 시험을 봤습니다. 세월호 문제는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 해당되는 학생들이 본 ‘상황묘사’ 시간에 나왔습니다. 시험 주제는 세월호 침몰 당시의 인명구조 상황을 만화로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 원서를 넣은 288명의 지원자 중 90명이 이 시험을 봤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갈라졌습니다. 우선 부정적 반응입니다. “뭐가 어떻게 되었든 세월호란 무거운 주제를 입시에 넣었다는 거 자체가 문제” “주제 듣고 울컥했다” “그게 구조 상황이든 뭐든 일단 왜 시험 주제로 그런걸” “목원대 애니과 실기 주제라네요. 정말 생각이 없는 건지” “입시에서 세월호 관련 주제가 나오는 건 좋지. 근데 목원대 상황표현은 최근 실제로 일어난 대형 인명사고의 구조현장을 그저 드라마틱하고 역동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소재로 쓰였을 뿐인 게 역겨움” 등의 의견을 보였습니다. 한 네티즌은 “나올 줄 알았다”며 “학원에서 말 많았다. 수시 때 세월호 관련한 인명 재해가 주제로 나올 것 같다고. 근데 세월호면 논란 많으니까 화재나 홍수 이런 걸로 바꿔서 나올 것 같다면서. 목원대가 생각이 짧았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세월호는 만화로도 표현하면 안 되는 건가” “슬픈 만화도 있는데” “오히려 이렇게라도 세월호 기억하면 좋은 거 아닌가요?” “세월호라니까 까고부터 보네” 등의 글들이 있네요.
목원대학교 입학처는 “세월호 인명구조 상황이 주제로 나온 것은 맞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실기 시험 전 교수들이 4개의 문제를 내고 시험의 공정성을 위해 입학처에서 그중 하나의 문제를 뽑는다”고 했습니다. 물론 문제는 노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진행됩니다. 이렇게 선정된 주제가 세월호이었다고 하네요. 학생들이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주제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고충이 있었다고 합니다.
예민할 수 있습니다. 아직 열 명의 실종자들이 남아있고 국민들의 상처도 아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만화를 코믹한 장르로만 치부해 오해하고 혹은 세월호 참사를 언급해선 안 되는 성역이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