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자격을 취득한 의사는 개원해 1차 진료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졸업 후 수련병원으로 지정된 대형병원에서 인턴 과정 1년과 레지던트 4년의 임상 수련과정을 이수해 전문의사가 되는데요.
1년이라는 인턴 과정 동안 내과, 외과, 소아과, 피부과, 산부인과 등의 진료분야를 두루 돌며 경험하게 됩니다. 이후 특정 진료과를 정해 레지던트 과정을 밟게 되죠.
경향신문이 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인턴의 사이에서 업무강도가 높은 진료과와 상대적으로 수월한 진료과를 서로 바꾸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 ‘돈’이 개입된다는 것인데요.
내용인즉슨 돈 많은 인턴의가 수련병원 측으로부터 배정받은 진료과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비교적 편한 과를 가고 싶을 때 해당 과를 배정받은 또 다른 인턴의에게 돈을 주고 사온다는 겁니다.
논란이 일자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인턴의의 부적절한 전공과 사고팔기 행위는 수련병원의 비상식적인 수련행태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무조건 인턴의의 도덕성만은 나무랄 수 없다는 것인데요.
대전협은 올해 초 대한민국 전공의들이 최저 임금 수준에 주당 100시간, 최대 140시간까지도 근무한다며 수련병원의 교육행태를 비난했습니다.
송명제 대전협 회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인턴을 교육 시킬 의도가 없는 과들이 진료과의 스케줄을 암거래하는 인턴들에게 ‘비교육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힘든 과를 기피하는 인턴들을 과연 비난할 수 있는가. 여기서 힘들다는 정도는 일반 근로자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다. 인권 밖에 있기 때문”이라며 전공의들의 인권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지적했습니다.
수련의들이 진료과목을 서로 사고파는 일은 다양한 진료 분야를 두루 경험하며 배우라는 인턴 제도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다만 수련병원이 교육의 의미를 잃고 수련의를 값싸게 부릴 수 있는 젊은 인력정도로 생각한다면 인턴의들의 전공과 사고팔기 행위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