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후반부에 많이 올라서 정말 감사해요. 웃으면서 끝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지상파 드라마 첫 ‘입성’이자 첫 사극 도전이었다. 더 이상 연기자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서인국(27)이지만 KBS 드라마 ‘왕의 얼굴’은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주인공의 소임을 다하며 극을 이끌어왔다. 아쉽지만 동시에 부진하지도 않은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도 했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만난 서인국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함께 중요한 숙제를 끝마친 듯한 개운함이 비쳤다.
“‘시원섭섭’보다는 ‘시원하다’에 더 가까워요. 워낙 에너지 소모가 많았으니까요. 사극이 현대극 보다 극적인 면이 많아요. 다른 환경과 말투, 감성으로 접근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그만큼 여운이 깊기도 하고요. 매 순간 아쉬움이 남았는데 그래도 잘 견뎌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왕의 얼굴’ 통해 신인상도 받게 됐는데 대가는 아니지만 촬영하면서 너무 고생했으니 받고 싶은 마음 생기더라고요. 사극 하면서 이 정도로 힘들 줄 몰랐거든요. 잠도 못 자고 너무 추웠고요. 보상 아닌 보상을 저도 모르게 바랬나 봐요.”
‘왕의 얼굴’은 서자 출신으로 세자에 올라 16년간 폐위와 살해 위협에 시달렸던 광해가 관상을 무기 삼아 운명을 극복하고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드라마다. 이제는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어버린 ‘광해’를 맡은 서인국에게 필요한 것은 차별성이었다.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나만의 광해를 만들어 가겠다’고 한 그의 다짐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70% 정도는 이룬 것 같아요. 드라마 자체가 누가 하던, 그 만의 광해를 만들 수 있었던 시스템이었어요. 지금까지 광해라는 인물을 그린 작품도 많고 선배님들도 계신 데 ‘왕의 얼굴’은 세자시절부터 왕이 되기까지의 광해를 담은 유일무이한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저도 어린 광해의 모습 계산해 자유분방한 모습과 말투를 쓰기도 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어요.”
배우 이성재(45)와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극 중 ‘선조’ 역을 맡은 이성재는 아들의 여자 김가희(조윤희 분)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관상이라는 소리에 가희를 자신의 곁에 두게 된다. 아들과의 삼각관계를 자초한 것이다. 드라마 상에서 서인국과 이성재는 서로를 끊임없이 견제하는 사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성재는 서인국을 사윗감으로 점찍었고, 서인국은 이성재를 롤모델로 꼽았다.
“성재 형님과 사이가 정말 좋아요. MBC 드라마 ‘아들 녀석들’부터 맺은 인연이 오래가는 거죠. 이번 촬영 때도 성재 형님 차에 게임기 설치해 게임하고 놀고 끝나고 맥주 한잔 하고 갈 정도였으니까요. 연기할 때도 성재 형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형님은 ‘이렇게 저렇게 해라’ 하지 않으세요. 보고 따라 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프롤로그 신을 찍었는데 선조가 죽는 장면이었죠. 눈뜨고 쓰러지는 걸 제가 보고 눈물을 흘리는 건데 성재 형님이 화면에 나오지 않는 장면을 찍는데도 저를 위해 눈을 계속 뜨고 계신 거예요. 너무 감사했어요.”
지금의 서인국은 가수와 연기자의 길을 동시에 걷고 있는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다. 2009년 Mnet ‘슈퍼스타K’ 출연 당시만 해도 그는 울산에 사는 스물 두 살의 평범한 가수 지망생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으로 그의 인생이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영광은 곧 꼬리표로 뒤바뀌었다. 새 음반을 내도,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도 ‘슈퍼스타K’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아직 많다.
“사실 저는 ‘슈퍼스타K’ 이미지를 떨쳐 버리고 싶지 않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제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슈퍼스타K’를 하고 나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잘 못 봐요. 출연하는 친구들의 고통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생방송을 하는데 3분도 채 안 되는 무대를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런 시간이 당시에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조급해지기도 하고 겁도 나고요. 전 국민이 생방송으로 보고 있다는 부담감에 숨이 막혀요. 제가 그걸 알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심장이 떨려서 못 보겠어요.”
가수와 배우생활을 병행하는 서인국에게 정체성의 모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로 활발한 연기 생활을 한 탓인지 가수로서의 입지보다 배우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그에게 직접 물었다. 서인국은 가수일까, 연기자일까?
“저는 입지를 나눈다는 게 이상한 것 같아요. 대외적인 느낌보다는 관심도에 따라 차이 생긴 것 아닐까요? 이번 작품 하기 전 OST 작업도 했었고 앨범도 있었고요. 성적 따라 관심이 가는 것이겠지만 연기하면서 노래에서 손을 뗀 것도 아니니까요. 며칠 뒤 일본 활동 앨범이 나오는데 직접 작사, 작곡한 곡도 많아요. 팬들에게도 얼마 전에 이야기했어요. ‘앨범은 나의 얘기를 하고 싶다’고요. 앨범을 시기에 쫓겨서 내고 싶지는 않아요. 이야기가 준비됐을 때 제 생각을 담고 싶어요. 팬들에게 저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죠. 최종적으로 어떤 색을 입혀도 어울릴 수 있는 수식어가 없는 배우, 그리고 진정성 있게 사람들을 울릴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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