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1일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들이 모여 “문학인이 ‘가만히 있는 것’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민낯이 드러난 한국 사회 모순을 방조하는 ‘미필적 고의’”라고 입을 모았다.
소설가 이시백은 이날 오후 열린 ‘세월호 1주기 문화예술인 3차 연장전 문학인 토론회’에서 “작가들이 진정 사회의 경보 역할을 갖는 지성인이라면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는 감상적 공감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성찰의 수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대인 학살을 겪은 독일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은 작가들의 조국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에서 시작됐다”며 “한국 작가들이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또한 선택이 아닌 의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시인 송경동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작가들을 방조자로 만든다”며 “이제 추모를 넘어 세월호를 침몰하게 만든 원인을 바로잡아야 하고, 작가들로서는 문학적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은 “세월호 참사는 국가 폭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용인해 온 시스템의 결과”라며 “이윤을 생명보다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와 국가 권력의 유착을 해체하는 것이 바로 ‘잊지 않겠다’는 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화작가인 김하은은 “우리 중 한 명이라도 그 날 세월호에 올라탔다면 희생자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가족과 유가족이 아닌 사람을 분리할 수 없다”며 “세월호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설명할지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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