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인 1:0.35에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동을 걸었다. 합병비율만 보면 삼성물산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에 삼성 오너가의 지분이 13.8%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 합병을 밀어붙일 수 없는 점을 이용했다. 삼성물산은 이 합병비율에 찬성하는 ‘자기 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갖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을 규합하면 합병비율을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계인 메이슨도 삼성물산 지분 2.2%를 갖고 있고, 증권사의 추정치에 따르면 기타 외국인 주주가 약 25%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KCC에 자사주(5%)를 급하게 넘겼다. 만약 국내 투자자들이 모두 우호적으로 삼성에게 돌아서도 속모를(?) 외국인 주주들이 비등한 수준이다. 게다가 국내 주주 가운데 국민연금은 앞서 SKC&C의 합병비율에 제동을 걸고 나선 선례에서 보듯 안심할 수 없는 투자자다. 국민연금조차 삼성에 등을 돌린다면 합병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삼성물산이 국민연금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이처럼 불확실성 요소가 아직은 많다. 막다른 곳에 몰린 삼성은 지난달 30일 제일모직 IR에서야 뒤늦게 배당성향을 높이고 거버넌스위원회를 만드는 등의 주주권익 실현을 약속했다. 논란이 가열된 것을 감안하면 너무 늦었다. ‘합병무산 등의 플랜B는 없다’며 배수진을 친 삼성이 과연 주총에서 지금의 합병비율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물산은 주총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제일모직과 합병을 성사시킬 수 있다.
SK(주)와 SK&C의 합병비율은 0.73대 1이다. SK(주)가 불리하다. 그렇지만 SK(주)는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 일가가 무려 31.87%를 갖고 있다. 대주주가 손실을 감수하는 상황이다. 엘리엇처럼 반대 의견을 내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없었다. 주주들을 위한 회유책도 빠르게 내놓았다. SK(주)는 합병비율이 낮은 대신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기존 배당성향이 17%였던 것을 고려하면 두 배로 뛴 것이다.
증권가에서 보는 실적 개선 전망도 호재로 작용했다. 자회사인 SKE&S의 사업조직 통합과 SK바이오팜의 신약개발 등도 주목받았다. SKC&C 주주들은 우량회사인 SK(주)와 합치면서 부채비율이 줄고, 합병 비율도 유리하게 산정돼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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