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말로만 듣던 30대 명퇴…대기업서 만연

[이슈분석] 말로만 듣던 30대 명퇴…대기업서 만연

기사승인 2015-12-16 05:00:55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대기업에 다니던 김모(39)씨는 회사로부터 희망퇴직 대상자라며 면담을 받았다.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1억5000만원 정도를 줄 테니 희망퇴직을 고려해 보라는 전언이었다. 이직을 생각하고 있던 김씨는 이 기회에 희망퇴직을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불황에 고용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이제는 30대 명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김씨처럼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 30대가 점점 늘고 있다. 특히 건설과 중공업 쪽은 너나할 것 없이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3조 가량의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과장급 이상 사무직 1000여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내보냈다. 차장급 이상도 아닌 한참 일할 나이의 과장급도 희망퇴직을 받은 것이다. 대우조선이나 삼성중공업 등 다른 중공업 분야 회사들도 차부장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으나 상시적으로 받기로 했다. 위태로운 두산그룹도 임원의 경우에는 약 30%를 감원하고, 전 사무직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1조원의 적자를 낸 삼성엔지니어링도 올 연말까지 700명 이상을 감원할 계획이다. 통합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모집을 마무리했다. 업황이 좋지 않은 증권업계에서도 회사별로 100여명씩 희망퇴직 형태로 나가고 있다.

이런 희망퇴직 바람 속에는 30대도 예외가 아니다. 천문학적인 적자로 사업의 존폐 위기가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직원을 한 사람이라도 더 줄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부장급에서 받던 희망퇴직이 차장급, 과장급은 물론 대리급까지 낮춰지고 있다. 폭넓게 퇴직신청을 받은 뒤 자체 조사를 통해 퇴직 대상자인지 아닌지를 고려한 이후 일대일 면담을 통해 희망퇴직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계열에 근무하던 한모(37)씨는 “희망퇴직이라고는 하지만 이른바 ‘살생부’가 있어 고과가 낮은 직원에게 먼저 면담을 한다”며 “목돈과 함께 회사를 떠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종용이 들어올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30대 직원들은 40~50대보다는 다른 분야로의 이직 기회가 있다 보니 희망퇴직을 이용해 이직이나 새 출발의 기회로 삼는 경우도 있다. 금융권에 근무하던 이모(38)씨는 이직 준비를 하다가 희망퇴직 대상에 거론되자 위로금을 받고 나서 다른 쪽으로 이직하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회사가 희망퇴직을 받고 있어 이직의 기회로 삼았다”며 “어차피 나가는 거 현 연봉의 1.5배를 받고 나가 새로 기반을 구축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의 오모(39)씨도 “로스쿨로 진학하는 등 본격적인 전문직 준비를 위해 희망퇴직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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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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