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살인마’부터 ‘신생아 유기’까지…별걸 다 파는 온라인 쇼핑몰?

[친절한 쿡기자] ‘살인마’부터 ‘신생아 유기’까지…별걸 다 파는 온라인 쇼핑몰?

기사승인 2015-12-18 05:00:58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요 며칠 끔찍한 신생아 유기 사건이 계속됐습니다. 영아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갓 태어난 아이를 살해한 뒤 시신을 불태우려 했던 사건 등입니다. 그래서 쿡기자는 최근 신생아 유기 관련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무심코 국내 최대 검색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이를 검색하면서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온라인 종합 쇼핑몰 ‘지(G)마켓’에서 ‘신생아 유기’를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팔고 있더군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놀라움에 ‘클릭’해봤습니다. 화면에 나온 건 유기농 생리대와 농작물 등이었습니다. ‘낚였다’라는 생각과 함께 왠지 괘씸함 마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낯설지만은 않은 이 상황. 기억을 더듬어봤습니다. 몇 년에 걸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좀 웃긴다’ 하는 유머 사이트에서 돌던 게시물이 떠오릅니다. 제목은 ‘별걸 다 파는 지마켓’. 들여다보면 ‘살인마’부터 시작해 ‘국회의사당’ ‘여자’ ‘남편’ ‘왕따’ ‘바다’ ‘우주’ ‘외계인’ ‘남자친구’ ‘여자친구’ ‘개념’ 등 기상천외한 것들이 지마켓에서 특가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저도 좀 사고 싶긴 하네요.

이 밖에도 지금은 검색되지 않지만 ‘신종플루 사망자’ ‘농약’ ‘전투기’ ‘여동생’ ‘스핑크스’ ‘비잔틴제국’ ‘핵·미사일’ 등 입이 떡 벌어지는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네티즌 사이에서는 ‘북쪽에 있는 누군가가 핵·미사일을 지마켓에서 구매한 것 아니냐’ ‘지마켓만 있으면 나라를 세울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을 정도입니다.

이유가 궁금해져 알아봤습니다. 어째서 이 희한한 광경이 인터넷에서 펼쳐지는 것일까요?

지마켓의 경우, 온라인 광고 키워드 관련 업무는 광고 대행사에 맡깁니다. 대행사는 특정 프로그램에 단어를 넣고 돌려 포털사이트에 노출 되게 만드는데요. 단어는 당시의 이슈, 검색어 등과 관련된 ‘상품’에 한해서 입력한다고 합니다.

기자가 ‘신생아 유기’를 검색해 본 것이 지난 15일, 그러니까 경기 안산 선부동에서 고등학생 A씨(18·여)와 남자친구 윤모(20)씨가 자신들의 아이를 목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불에 태우려다 실패하고 유기한 사건이 보도돼 인터넷이 시끄럽던 때였습니다. ‘신생아 유기’가 광고 키워드로 올라온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러나 의문은 하나 더 남습니다. 그렇다면 왜 상품과 관련 없는 단어가 노출된 것일까요.

이에 해당 대행사와 지마켓은 “부적절한 단어들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미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사실 ‘유기’는 가을이나 겨울, 보온효과가 뛰어난 ‘기모’로 만든 신생아용 옷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신생아 유기’로 검색했을 때 지마켓에도 아이 옷이 나오나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신생아 유기’를 클릭하자 나온 것은 유기농 농작물 등이었을 뿐 의류는 검색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포털 사이트에서 펼쳐지는 대형 쇼핑몰의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 기만에 가깝다는 지적, 과하진 않겠죠.

그렇다면 네이버는 대중의 관심사를 돈벌이로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몰들의 행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네이버 관계자는 “광고주가 신청할 수 있는 키워드가 무궁무진하고 그 양이 방대하다”며 “이를 사전에 모두 확인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후적 조치, 이용자 신고 등을 통해 내부적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것이 비단 지마켓과 네이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11번가’ ‘옥션’ 등 다른 쇼핑몰 사이트와 검색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일을 대신한 광고 대행사, 광고를 맡긴 온라인 쇼핑몰, 홍보의 장을 제공한 포털 사이트 모두 부적절한 광고 키워드를 모니터링 했지만 그 어느 곳에도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피해는 결국 낮은 질의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네티즌의 몫입니다.
min@kmib.co.kr
민수미 기자 기자
min@kmib.co.kr
민수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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