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효녀연합 미소女 “어버이연합 보면 우리 아빠 생각 나”

[인터뷰] 효녀연합 미소女 “어버이연합 보면 우리 아빠 생각 나”

기사승인 2016-01-08 06:00:55

‘대한민국 효녀연합’ 홍승희(좌) 어효은

“어버이연합 할아버지들 보는 데 저희 아빠 생각이 나더라고요.”

지난 6일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많은 이를 사색에 잠기게 했다. 보수단체 어버이연합과 조금은 낯선 ‘대한민국 효녀연합’의 회원이 서로를 마주 본 장면이다. 한쪽의 얼굴에는 인상이 다른 쪽에는 웃음이 번졌다.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근처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있었던 위안부 협상 타결 반대 움직임과 이날로 24주년을 맞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수요집회가 맞물려 인파가 몰렸다. 집회 참가자, 경찰, 기자들이 빽빽하게 소녀상 근처에 섰다. 그리고 평화롭게 끝나는 듯한 집회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진입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어버이연합과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저지에도 서로를 코앞에서 대면하게 됐다. 이들 중에는 ‘청년 예술가 네트워크’ 소속으로 집회 내내 하얀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고 있던 시민 활동가 홍승희(27·여)씨도 있었다.

격앙된 반응을 보이던 어버이연합 회원에게 말없이 웃음을 지어 보인 홍씨의 손에는 ‘애국이란 태극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있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홍씨와의 일문일답.

-지난 수요집회에서 잠시 어버이 연합과 대치했다. 당시 무슨 대화가 오갔나.

“(어버이연합) 어르신들이 계속 ‘우리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규탄하려고 왔어. 너희가 전쟁을 알아? 나는 전쟁터에서 다쳤어’라고 했다. ‘우리도 소녀상을 지키러 왔다’라고 하니 길을 비키라면서 몸을 치려고 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함을 듣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어버이 연합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유가 있는 표정이었나.

“무섭게만 보이지만 사실 어르신들이 많이 경직돼 있었다. 막상 뵈니 시선을 피하더라. 그 모습 보니 우리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았다. 아버지도 어버이연합 회원과 비슷한 사상을 갖고 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미소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어버이연합이나 엄마부대 봉사단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

“아버지나 어머니의 본질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전쟁의 상처로 인한 타인에 대한 적개심이나 분노·혐오감들이 이들의 동력이 돼선 안 된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아버지와 어머닌데 하는 말과 행동은 그것들과 동떨어져 있다. 피해자에게 사과를 강요하고 있다.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소녀상 앞에서까지 그렇게 할 줄은 몰랐다. 화가 난다기 보다 그들의 행동이 안타깝다.”

-인터넷 반응 봤나.

“조금 봤는데 효녀연합이 엄청나게 대단한 단체가 돼있더라. 그런 부분이 많이 부담된다. 당시 들고 있던 팻말에 적힌 문구(‘애국이란 태극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것입니다’)는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보수단체뿐 아니라 기사를 통해 많은 시민이 이 글을 봤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기사 보도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페이스북 팔로워가 많이 늘어 깜짝 놀랐다. 친구들이 ‘따뜻한 메시지를 세상에 전해줘서 고맙다’고 스마트폰을 통해 기프티콘을 보내줬다. 감동했다.”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

“아버지가 어버이연합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이다. 군인이셨다. 기사를 첨부해 ‘사람들이 나 칭찬해준다. 아빠도 나 칭찬해줘’ 하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너 지금 북한이 핵 실험했다던데,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취직이나 해’라는 답이 왔다.(웃음)”

-아버지와 생각이 많이 달라 보인다.

“‘쓸데없는 짓’이라는 가치관이 다른 것 같다. 아버지는 ‘나만을 위한 혹은 내 스펙을 쌓는 일이 아니면 쓸데없는 일’이라고 하는데 도리어 나는 그런 생각이 마음이 아프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외치고 나보다 힘든 이웃들을 생각하면 쓸데없는 일이 된다니, ‘아빠가 그런 생각을 하는 구나’ 하고 잠시 씁쓸해했다. 그래도 계속 쓸데없는 짓하고 다니려 한다.”

-대한민국 효녀연합은 언제 구성된 단체인가.

“친구 7명과 함께 지난 수요집회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단체다.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 개설, 회원 모집도 하고 있다. ‘가입하고 싶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많아 감사할 따름이다. 효녀연합은 위안부 문제 외에도 인간과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고 상식이 침범당하는 곳에서 여러 활동을 할 예정이다.”

-‘효자연합’도 구성하고 있던데.

“효녀연합이 다 여자들이니까 남자들도 뭔가 만들어 같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 같아 제안했다. ‘오빠연합’ ‘아빠연합’도 생겨 ‘헬조선’이라 불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같이 청소·정비하고 싶다. 젊은이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SNS에 글을 올리는 것도 작은 실천이라 생각한다.”

-시민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고향이 강원 춘천시다. 재작년에 서울로 올라와 이 시대 청년들의 여러 가지 아픔을 직접 경험했다. 일단 집을 얻기가 굉장히 힘들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퍼포먼스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안 대학교 ‘신촌대학교’ 학과장으로 활동하면서 개인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림 그리고 글 쓰고 행위예술을 한다.”

-다양한 시민 활동으로 인한 잦은 노출이 얼굴을 알리려 하는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

“부정적인 반응이 있을 수 있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을 응원하는 네티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죄송하다’ ‘부끄럽다’ ‘미안하다’ 또는 ‘희생한다’ ‘고생한다’는 말을 들었다. 마치 내가 대표선수가 돼 사람들이 응원하는 모습으로 비칠까 걱정이다. 그게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의 내 행동과 삶이 정말 재밌다.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한 가지만 당부드린다면 ‘다른 사람이 하니까’ 혹은 ‘저 사람이 대신 다 해줄 거야’라고 지켜보는 것보다 작은 것이라도 행동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은 다 각자의 노래가 있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냥 한번 용기 내서 하면 되는 거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사진=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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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미 기자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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