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서슬 퍼런 현실이 청년의 목숨을 앗아갔다”

[친절한 쿡기자] “서슬 퍼런 현실이 청년의 목숨을 앗아갔다”

기사승인 2016-01-12 16:14:55
사진=국민일보DB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매년 30만 명이 넘는 수험생들이 공부를 합니다. 목표는 하나, 공무원이 되는 것입니다. 합격의 문은 좁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낙방이라는 고배를 듭니다.

지난 11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한 모텔에서 3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1월 가족들에게 “시험에 합격해 충남지역 모 군청 공무원이 됐다”고 말한 뒤 1년간 거짓 출근을 해왔던 이 남성은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것은 모두 거짓이었고, 부모님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8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월급 때문이었을까요? 그는 제3금융권으로부터 2000만원의 돈을 빌리기도 했습니다.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부모님께 얼마나 미안하고 절박했으면 저랬을까.” “당사자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끝까지 괴로워했을 그 마음이 짐작만으로도 너무 아프다.” “자살은 정말 하면 안 되지만, 왜 저런 거짓말을 했을지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진짜 청년들 실업난 심각한 수준이다. 취업 못 하면 당사자들이 제일 고통이 큰 법.” “취업이 사람 목숨까지 빼앗아가네.” “서슬 퍼런 현실이 청년의 목숨을 앗아갔다. 깊고 긴 밤 밤새워 뒤척이며 잠 못 이루는 늙은 어미의 전부.”

지난해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 일대에 취재를 갔을 때 일입니다. 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이 있는 한 건물 위로 올라가자 수험생들이 좁은 계단에 줄을 지어 앉아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강의를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손에는 모두 책이나 연습장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집중한 나머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고요.

허름한 노점상 앞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험생으로 보기엔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한 남성의 손에는 음식과 단어가 빼곡히 적힌 수첩이 동시에 들려 있었습니다. 허겁지겁 밥을 먹는 도중에도 입으로 영어단어를 외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자가 잠시 말을 붙이자 머쓱하게 자신을 소개하던 남성은 “취업은 안 되고 할 수 있는 건 공무원 시험 준비밖에 없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며 “내 꿈이 공무원이 될 줄 나조차 몰랐다”고 털어놨습니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했던 한 학원 강사는 “학생들이 공무원 되겠다고 허리만 눕힐 수 있는 곳에서 쪽잠을 자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왜 이 많은 젊은이가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가족들에게 거짓말까지 했지만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30대 남성의 자살 사건을 사사로운 일이라 볼 수 있을까요? 이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라 치부하기엔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은 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다각적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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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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