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연초부터 LG화학이 ‘약가’ 또는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LG그룹 차원에서 강조하는 ‘정도경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이하 부산동부지청)은 지난 3일 LG화학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바로 전날인 2일 LG화학과 합병한 전 LG생명과학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LG생명과학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은 2002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게 된 혐의는 크게 의약품 등재 등 약가와 관련된 뇌물 공여 등 로비, 병원을 상대로 자사 약을 더 많이 처방토록 청탁하는 리베이트 행위 등이다. 리베이트는 부산동부지청이 지난해 말 제약사 관련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추정이며 약가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있는 심평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부산동부지청 관계자는 “(해당 압수수색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리베이트인지, 뇌물죄인지 등은 조사해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이번 LG화학 압수수색이 LG그룹의 정도경영 기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정되는 혐의 내용이 모두 기업의 도덕성 문제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영 시스템을 혁신하더라도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며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고 존경 받는 기업이 되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만약 수사 결과 LG화학의 혐의가 입증되면 구 회장이 강조하는 이 같은 ‘사회적 기업론’은 다소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의약품 매출을 올리기 위해 병원을 상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제약업계 관례는 그 동안도 여러 차례 문제시 된 바 있으며, 만약 약가 산정 심사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기 위한 로비가 있었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너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약 가격으로 유리한 시장 포지셔닝을 위해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로비를 벌이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 만약 보험료를 높이면 일반 국민들에게 부담을 돌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위원회가 약가 산정에서 보험료 비중을 높이게 되면 약을 구매하는 환자들의 부담은 줄어 제약사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지만, 국민 건강보험료가 지출되는 공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LG화학 자체적으로도 악재다. LG생명과학을 합병하며 바이오 사업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의 행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 역시 신년사에서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고 투자자와 사회의 믿음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도경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새해 첫 현장경영 차원에서 생명과학사업본부 익산공장을 찾아 바이오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관련된 어떤 사항도 파악된 바 없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이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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