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 장비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가 등장합니다. 헬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발암 물질이 혼합된 최루액을 뿌립니다. 테러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닙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 진압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경찰특공대를 투입, 노조원 진압을 최종 승인한 곳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였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과잉 진압으로 논란이 일었던 쌍용차 파업 진압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의해 최종 승인됐고, 경찰이 쌍용차 사측과 합동 작전을 수행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현오 전 경기경찰청장은 당시 수장이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반대에도 청와대와 직접 접촉, 강경 진압 작전을 승인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기경찰청은 2009년 6월부터 노사협상 결렬에 대비해 파업농성 강제진압 계획 수립에 착수했습니다. 사측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말이죠. 사측의 경찰권 발동 요청서 접수, 법원의 체포영장·압수수색영장 발부, 공장 진입 시 사측과 동행, 단전·단수 등 공장 내 차단조치, 체포 노조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등이 모두 이들의 합동 작품입니다. 경찰은 또 조 전 청장의 지시에 따라 경기청 경찰관 50여명으로 구성된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을 구성했습니다. 댓글공작을 벌이기 위해서입니다.
폭력 진압과 관련해 경찰에게 직권남용,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법행위가 확인됐지만 이들의 책임을 묻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입니다.
앞서 경찰은 쌍용차 사태 당시 경찰 헬기 등 장비 파손 등을 이유로 쌍용차 노조 간부와 민주노총 등을 상대 16억69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3년 있었던 1심은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 3억7000여만원 배상을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6년 있었던 2심에서도 노조원들이 국가에 11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고요. 인권조사위는 경찰에 손배소 취하를 권고했지만 경찰은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소송은 경찰이 입은 인적·물적 피해에 대한 배상이며, 지난 재판에서 배상 권리를 인정받았는데 이를 포기하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소 취하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2심까지 끝난 판결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찰의 폭력 진압이 인정된 만큼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폭력 진압 이후 지금까지 30여명의 노조원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지병으로 사망한 사실은 대법원 판결이 나와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